"가상화폐공개로 벌어들인 돈의 10％는 증발·도난"

EY 보고서 "ICO 과정서 피싱 통한 절도 많아"

신규 가상화폐들의 매각 대금 가운데 약 4억 달러가 증발하거나 절도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 CNBC에 따르면 국제적 회계법인인 언스트 앤드 영(EY)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상화폐공개(IC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총 37억 달러에 이르며 그중 10% 이상이 증발하거나 절도를 당했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블록체인 기술 사업에 들어간 벤처 캐피털 자금의 2배를 넘지만 이들 투자금이 가상화폐 개발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분명한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EY는 "피싱(phishing)이 ICO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장 흔한 형태의 절도 수법"이라고 말하고 "해커들이 ICO 수익금에서 매월 150만 달러를 훔치고 있다"고 말했다.

피싱은 해커들이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어 개인정보를 훔치는 수법을 말하는 것이다. 일례로 해커들은 8개의 가상화폐사업을 알리는 허위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지난해 8월 한 달 동안 근 140만 달러의 투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밝혀졌다.

EY는 가상화폐 해킹은 전통적 금융기관에 대한 사이버공격보다 더 큰 피해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해킹 피해는 통상적으로 보험으로 처리되고 있는 반면에 가상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의 취소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거래소들을 노리는 해커들에 의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EY는 대부분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개인정보의 보관과 사용에 대한 정책과 통제장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 "이들 정보는 암시장에서 큰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불법이 아니라도 악용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Y는 ICO가 지난해 여름 절정을 이룬 뒤 주춤해지고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규제 강화에 기인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해 이뤄진 상당수의 ICO가 미국 시민과 거주자의 참가를 공식적으로 금한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중국이 ICO를 불법화하는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의 강도가 한층 높아지자 ICO를 통한 자금 조달도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큰데이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뤄진 ICO 가운데 25%만이 목표 금액을 채울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90%가 목표액을 맞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위축된 모습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