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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블록체인 기술의 돌연변이 '가상화폐' 앞날

입력 : 2018-01-24 10:12:06 수정 : 2018-01-24 10: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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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몇년 전 정신과 의사이신 손님과 나눴던 대화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나는 사회가 발전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 유전적인 정신질환 자체가 늘어난다고 생각했는데 전문가의 의견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사회든 정신질환자의 비율은 비슷한데 단지 미디어의 발달로 그런 사례가 많이 드러나 보인다는 견해였다.

덧붙여 소위 말하는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DNA는 어떤 생물이든 일정비율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돌연변이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사라지는 열성 유전자이지만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상황이라면 돌연변이 유전자가 멸종의 위기를 벗어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시장에서도 한 돌연변이가 나타난 것 같아 주목을 끈다. 근래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에 많은 사람들이 투자 하면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또한 가상화폐 가치와 규제 여부에 대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평소 안정성을 선호하는 은행 손님들도 급등하는 가상화폐 가격에 관심을 끊지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은행원의 입장에서는 ‘화폐’라는 명칭이 불편하고 가치에 상관 없이 단지 가격 상승만을 바라고 투자하는 것은 투기라는 점을 항상 말씀드리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금이나 골드바를 시중에서 또는 거래소나 금융기관에서 항상 사고 팔 수 있고 또한 금의 가치만으로 다른 물건들과 교환이 가능하다. 그러나 금 자체를 화폐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는 매일 가격의 변화가 발생하고 보관과 교환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는 ‘불편함’이 현재의 보편화된 ‘공적 화폐’를 절대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도 이런 점에서 화폐로서의 가치보다 투자 대상의 가치가 더 큰 상황이다. 특히 가격의 급등은 새로운 상품이란 점과 일부 선도적 거래로 인한 쏠림 현상이 벌어져 나타나는 투기 현상으로 보인다.

굳이 오래 전 ‘튤립 파동’을 예를 들지 않아도 벤쳐붐이라던가, 바이오열풍, 금이나 유가의 폭등 등 개별자산이나 종목이 실제가치와 상관없이 합리적인 판단을 벗어난 투기적 관심으로 급등락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가상화폐 또한 현재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까지 나타날 정도로 과열된 모습을 볼 때 당연히 이를 누그러뜨릴 수 있는 외부장치는 필요해 보인다. 오직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나타나는 ‘묻지마 투자’로 인한 많은 손실을 사전에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투기 상황을 막기에 급급하지만 외국에서는 제도권으로 들이기 시작하고 있어 대응방안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정부도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경쟁국들은 가상화폐를 인정하고 기술발전의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우리만 무조건 금지를 한다면 미래 산업에 뒤쳐질 수도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화폐라는 측면에서도 가상화폐가 현재의 통화시스템에서는 인정받기 어렵지만 미래에도 똑같은 상황일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좀 더 생각해 보면 현재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고 있는 화폐의 가치는 정부(또는 국책은행)의 보증이 있을 뿐 실질적인 종이돈 자체의 가치는 없다. 역사적으로도 현재의 신용 통화 시스템이 보편화된 시점은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의 발달로 돌연변이처럼 나타난 ‘가상화폐’가 현재의 시스템을 이기지 못하고 역사적 에피소드로 자연스럽게 소멸할 수도 있겠지만 이 DNA가 꾸역꾸역 성장해 어쩌면 새로운 금융 생태계에 적응할 가능성도 무조건 배제할 수만은 없다.

앞으로 온라인이 더욱 중시 되는 세상에서 화폐시스템은 아닐지라도 좀 더 편리한 글로벌 결제시스템에 정부가 인증하거나 발행하는 가상화폐 시스템이 나오거나, 생물의 진화처럼 금융시스템에서도 예기치 않은 큰 변수로 인해 가상화폐가 발전하는 일도 불가능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것을 외면만 하거나 아니면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어쩌면 ‘묻지마 투자’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지 모른다. 이미 활발하게 일어나는 거래이고 남들이 이미 하고 있다면 비록 지금 큰 역할을 못해도 따라갈 수는 있게 해줘야 할 것 같다. 우리에게도 충분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미래의 작은 가능성과 단기 대박을 위해서 자신의 자산 대부분을 가상화폐에 쏟아 붓는 투기 또한 자제가 필요해 보인다. 아니, 앞으로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투기 심리 자체도 돌연변이처럼 튀어나온 것이기에 앞으로 거래와 본질의 투명성이 높아진다면 이성적인 판단이라는 정상세포가 그 자리를 잃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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