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표적 ‘내부고발자’로 통하는 임은정(44·사법연수원 30기·사진)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가 29일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2010년 10월 검사장 출신의 법무·검찰 전직 고위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인사 불이익을 받았다는 글을 올린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45·사법연수원 33기) 검사와 관련해 입을 열었다.
임 검사는 당시 서 검사를 상대로 감찰 협조를 설득하다가 모 검사장에게 불려갔는데, ‘단순 격려‘라고 주장하면서 피해자를 들쑤시지 말라고 화를 냈다고 폭로했다. 그 결과 감찰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임 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2017년 7월24일 제가 검사 게시판에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중 ‘사례 2’(법무부 감찰편) 관련 피해 검사님(서지현)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오늘 아침 검사 게시판에 글을 올리셨다”며 “피해 검사님과 연락이 잘 되지 않자, 저에게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인터뷰가 곤란해 검사 게시판에 올린 사례를 그대로 옮기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느 검사의 상가에서 술에 만취한 법무부 간부가 모 검사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다”며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황당한 추태를 지켜본 눈들이 많았던 탓에 법무부 감찰 쪽에서 저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저는 피해자를 곧 특정하여 감찰 협조를 설득했다”며 “가해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게 느껴져 한참을 설득했는데도, 그 검사님은 피해 진술을 한사코 거부했다”고 부연했다.
임 검사는 당시 모 간부의 상갓집 추행사건은 공연히 일어난 일이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만큼 단서가 적었어도 몇시간의 탐문 만에 피해자를 바로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서 검사를 설득하다가 점심시간이라 대화를 잠시 중단하였는데, 다시 이어가기도 전에 모 검사장에게 전화를 받았다고 알렸다. 가해자 이름은 그때 비로소 들었다고 기억했다.
임 검사는 또 “그날 오후 모 검사장에게 호출되었다”며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며 그 추태를 단순 격려라고 주장하며 저에게 화를 냈다”고 주장했다.
당시 검사장이 임 검사의 올라온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고는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라고 호통을 쳤다고 기억했다. 이어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 상황을 전했는데,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임 검사는 “피해자가 주저하고, 수뇌부의 사건 무마 의지가 강경하자, 결국 감찰 쪽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며 “황당하게도 그 가해 간부는 승진을 거듭하며 요직에 다녔는데, 검사장으로 승진한 가해자로 그 피해 검사가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입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나아가 “검찰의 자정능력이 부족하여, 견디다 못한 한 검사님이 어렵게 용기를 내었다”며 “조직 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겨 있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임 검사는 마지막으로 “모 검사님이 그간 흘린 눈물이,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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