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대부분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점에 논의의 불씨를 댕겼다는 데 대통령 개헌안의 첫째 가치를 뒀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법을 손질할 때가 됐다는 논의가 무르익은 시점에 헌법에서 손질이 필요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방분권 강화, 기본권 조문과 개념 세분화, 경제민주화 강화 등 시대적 변화와 함께 개헌의 필요성이 지적돼 온 부분을 충실히 반영한 점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헌법상 용어를 지방정부로 대체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중앙과 지방에 동일하게 ‘정부’의 위상을 부여함으로써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이룰 단초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기본권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등 용어를 교체해 30년 동안 발전된 사회적 인식을 담은 점도 후한 점수를 받았다.
국민헌법특별자문위에 참여했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문위안 자체가 개헌에 대한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만든 것”이라며 “대통령안은 자문위가 올린 1∼4안을 종합한 것으로, 국민 의견이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이 이번 개헌안의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 분야에 대한 고민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력 분산 측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은 개헌안”이라며 “대통령직의 연임은 어쨌든 현행 헌법의 가장 큰 문제인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점에 있어선 거꾸로 된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지 공개념이나 노동의 권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책무 등은 지금의 헌법으로도 당연히 보장될 수 있고 보장돼 왔던 것”이라며 “다시 강조하는 것은 인기영합적”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헌법 개정안 발의권은 현행 헌법으로 인정되지만, 입법권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 있다는 점에서 절차와 발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개헌안 발의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개헌안이 특정 정파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담고 있고, 6.13 선거에 (국회와의 타협을 통해) 관철할 의지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홍주형·김민순·최형창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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