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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시대 … 새로운 富와 과잉 노동력 어디로?

입력 : 2018-03-31 03:00:00 수정 : 2018-03-30 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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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아벤트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
노동의 미래/라이언 아벤트 지음/안진환 옮김/민음사


“월요일 아침 강도 4.7의 경미한 지진이 캘리포니아주 웨스트우드 8㎞ 지점에서 발생했다…진원의 깊이는 8㎞로 분석됐다.” 수년 전 미국에서 발생한 지진에 관한 기사다. 그런데 작성자는 기자가 아니라 LA타임스의 한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퀘이크봇(Quakebot)’이라는 소프트웨어다. 10여년 전만 해도 경제학자들조차 자동차 운전을 컴퓨터가 정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인간적 성취의 일종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최근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운전자도 없이 캘리포니아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 이르면 2030년에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택시기사를 보기 힘들 수도 있다고 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노동의 종말을 예고하는 전조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수석 편집자이자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노동의 미래’에서 디지털 혁명시대에 일자리를 위협하는 노동력 과잉 원인을 세가지로 꼽는다. 자동화, 세계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생산성 증가가 그것이다. 자동화는 앞서 사례로 든 단순 노동에서 운전, 법무 보조에 이르기까지 갈수록 많은 인력을 대체한다. 세계화는 수많은 기업이 세계 전역으로 생산을 분산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의료 금융 교육 연구 등 전문 분야에서도 더 많은 인력이 성취 가능했던 일을 고도로 숙련된 소수가 수행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동력이 남아돌게 됨에 따라 노동력의 경제적 영향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노동자는 낮은 임금에 만족해야 하고, 중요 경제적 결정에서 배제된다는 것이다. 반면에 희소성 있는 생산 요소 소유주들은 이익을 거둬들이느라 바쁘다. 시장을 장악한 IT 억만장자와 석유 왕, 언론 황제, 금융재벌은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에선 상상할 수 없는 양극화가 빚어질 수 있는데, 승자와 패자 간 재분배는 불가능할까. 이 점에 대해 인류는 산업혁명의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산업혁명이 고용시장에 변혁을 가하며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고, 불평등이 퍼져나가자 진보적인 사회운동이 발생해 국가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이끌어 냈다. 산업혁명 발생 이전에는 현재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국가의 광범위한 사회적 역할, 즉 보편적인 교육, 빈곤층 및 실직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와 연금, 인프라 네트워크 구축 등의 역할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정치적 변화 시기를 겪은 이후에야 새로운 기술의 결실을 공유할 장이 마련되었던 것처럼, 디지털 혁명 시대에도 이런 변화를 통해 광범위한 규모로 인간 삶을 향상시키는 전철을 밟게 된다는 것이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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