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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없는 국회, 정부 견제 '헛바퀴'] 정부·국회, 국정 동반자 인식 전환… 대통령 분권·정치 개혁 병행해야

입력 : 2018-04-04 20:39:56 수정 : 2018-04-04 23: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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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견제와 균형 되찾자
전문가들은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 운영을 감시·비판하는 수단인 국정감사와 결산 심의가 유명무실화하는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와 정쟁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감은 국회가 정부의 잘못한 부분을 적발·시정하는 일종의 직무감사이고, 결산은 정부가 국회가 승인한 예산안대로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를 살피는 회계감사이다. 세계일보 자체 분석 결과 헌법이 ‘삼권(입법·행정·사법) 분립’을 위해 국회의 이 같은 대정부 행정·재정 통제 역할을 보장하고 있으나 정부가 매년 반복적으로 국회의 시정 조치를 개선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 정부 견제 장치가 유명무실화한 데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한계, 운용상 문제, 대립 위주 정치 문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대통령제 한계와 국감제도 개선

국정감사와 결산 심의 무력화의 원인은 정책 입안과 집행은 물론 국가재정 운용, 직무·회계까지 정부가 도맡는 현행 대통령제의 한계에 있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2월 한국정당학회·입법조사처 공동 주최 학술회의에서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상태에서는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며 “행정부를 효율적으로 견제하고 국회의 입법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감사원의 독립기관화, 예산법률주의 도입, 예산안 제출 시기 조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을 발의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를 “대통령 권한은 분산하고 국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측 입장은 다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정재룡 수석전문위원은 “예산법률주의는 통계표 형식의 현행 예산서에 법률의 효력을 부여해 책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회에 정부가 편성한 예산을 증·감액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 이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정책 감사·결산을 하기에는 제반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원들이 보다 생산적인 의정활동을 하려 해도 20일에 불과한 국감이나 8일 남짓한 결산 심의 기간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같은 학술회의에서 “현행 체제에서는 국감과 예산, 결산, 입법, 이 모든 일정이 국회 정기회기 100일에 집중돼 있다”며 “애당초 숙고라는 게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치 개혁과 상생 문화 병행돼야

국회의원들이 국감이나 결산을 정부의 잘못을 꼬집고 보다 나은 국정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장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른 비방과 폭로 등 정쟁화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국회의 2016회계연도 결산 심사가 대표적 예다. 국회는 국회법에 따라 결산안을 정기국회 시작일인 2017년 9월1일까지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결산안은 여야가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 중단과 김장겸 MBC 전 사장 체포영장 발부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그해 12월5일에서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전 해 결산안과 다음해 예산안이 한날에 처리된 것은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처음이었다.

이내영 국회 입법조사처장은 국회가 정부는 물론 국민들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않는 요인으로 대승적 협상 문화의 실종과 리더십 부재를 든다. 이 처장은 “2002년을 기점으로 진영대결의 정치, 입법 교착이 구조화해 민생 법안 처리나 나라에 정말 필요한 정책 입안이 제때 결정되지 못했다”며 “국민들은 국회가 생산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와 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위해서는 서로가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인식 전환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준 교수는 “권력구조가 진화하고 발전하려면 우선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선(先) 정치개혁, 후(後) 개헌 논의를 주장했다. 이내영 처장도 “국회와 대통령, 여당과 야당이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소통하며 타협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민섭·최형창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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