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의 주범인 김모(필명 드루킹)씨 등 2명을 제명했다. 진상조사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추미애 대표는 “드루킹 사건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태”라며 수사당국에 여론조작 세력의 배후와 동기를 밝힐 것을 주문했다.
여당의 신속한 조치는 마땅한 일이나 방향이 묘하다. 추 대표는 “야당의 저질 공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화살의 방향을 야당으로 돌렸다. “김경수 의원 실명이 유출된 경위와 왜곡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공당의 대표로서 올바른 인식인지 의아스럽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아예 대놓고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돕기 위해 댓글공작을 했다는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하더니, 이번 민주당원들의 댓글조작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도 지난 1월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 비방 댓글에 한꺼번에 공감 표시가 붙자 추 대표 등이 경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야당 비난에 앞서 대국민 사죄와 재발방지 약속부터 하는 게 먼저가 아닌가.
이번 사건의 불똥은 어디로 튈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 김 의원은 어제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 “(드루킹에게서) 일본 오사카 총영사를 추천받아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청와대에서 어렵다는 연락을 받아 이를 전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드루킹의) 반협박성 발언 이후 거리를 뒀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의 접촉면이 예상보다 넓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에 “대선 승리는 일반시민의 자발적 역량으로 이긴 것이 아니다”며 “훨씬 정교한 준비를 우리 진영에서 오래전부터 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조작을 통한 대선 관여 시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자유한국당은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특검 추진을 요구했다. 검경은 철저히 수사해 의혹을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특검 도입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국회 본관 회의실을 새로 단장한 한국당은 어제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라는 배경막을 내걸었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번 사건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한다면 지금 한국당의 처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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