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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론조작 놀이터 제공한 네이버는 왜 책임 안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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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23 00:31:02 수정 : 2018-04-23 00: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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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어제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 김모씨(필명 드루킹)의 활동기반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제는 드루킹이 운영한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등 네이버 카페 3곳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여론에 밀려 뒷북 수사에 나선 것이다. 드루킹 사건은 양파 껍질 까이듯 연일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드루킹 측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이 돈거래를 했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뉴스 유통을 독점하고 자극적인 댓글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비정상적 영업 방식이 발단이다. 2004년 뉴스에 댓글 기능을 도입한 네이버는 2012년 대선 과정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개입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댓글 전쟁을 부추겨 왔다. 2015년 네이버가 댓글 정렬 방식을 최신순 방식에서 호감순 방식으로 바꾸면서 지금처럼 극단적으로 갈리는 댓글 전쟁이 시작됐다. 네이버는 이모티콘·댓글접기 요청 기능도 추가하며 댓글 경쟁을 심화시켰다. 이렇다 보니 댓글 왜곡이 심화돼 1% 미만 이용자가 전체 댓글의 대부분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드루킹 같은 인물이 같은 명령을 반복 수행하는 매크로 프로그램까지 동원해 댓글 순위를 조작했지만 네이버는 사실상 방치했다.

댓글문화 개선을 위해서는 네이버에서 개별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되도록 하는 ‘아웃링크’ 시행도 시급하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늘려 수익성을 높이려고 뉴스를 해당 언론사가 아닌 자사 플랫폼에서 보여주는 ‘인링크’ 방식을 취한다. 네이버처럼 인링크 방식을 고집하며 댓글 기능까지 제공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다. 아웃링크 방식을 의무화하면 언론사 사이트에 개별적으로 로그인해야 댓글 작업을 할 수 있어 광범위한 댓글 조작을 줄일 수 있다. 댓글 관리 책임은 각 언론사가 지면 된다.

네이버는 뉴스와 댓글로 사실상의 언론 역할을 하면서도 언론으로서의 책임은 하나도 지지 않는다. 이번에도 네이버 카페만 수사하는 식으로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 범죄인들에게 여론조작의 놀이터를 제공한 네이버 경영진의 책임을 엄히 물어야 한다. 현재 국민의 77%가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읽고, 네이버의 포털 시장 점유율은 70%가 넘는다. 이미 공룡으로 변한 네이버가 언론 시장을 왜곡하지 않도록 근본 수술이 화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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