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온 국민의 마음이 순수하고 아름답게 결집된 사례는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그 중심에 여러 선수가 있었지만 이들의 기량을 최고조로 활용해 한국 축구의 신화를 창조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있었다. 그는 당시 우리 국민의 영웅이었다. 좋은 운세가 한몫했을 터이지만 축구판에 얽힌 인맥을 보지 않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하고 기용한 용병술이 기적과 같은 결과를 불러온 셈이다. 이와 유사한 국면이 그로부터 16년이 지나 베트남에서도 일어났다. 한국 출신의 박항서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베트남 23세 이하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 50여일 만에 박 감독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서 준결승을 이끌어 냈다. 그는 베트남에서 일거에 히딩크 못지않은 영웅이 됐다. 이는 베트남 축구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이었으며 동남아시아 축구의 역사 전체를 두고 보아도 그러했다. 굳이 이 두 감독의 공통점을 찾아내자면, 지독한 훈련을 한 축으로 하고 선수에 대한 신뢰를 다른 한 축으로 했다는 것이다. 한국 축구가 히딩크 이전과 이후로 그 역사를 나누듯이,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라는 이름이 그 분기점이 됐다.
김종회 경희대 교수 문학평론가 |
이처럼 기적 같은 경기의 기록은 세계 축구사 곳곳에 산재해 있다. 선수들이 보인 미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2017 FIFA U-20 월드컵을 대비하는 4개국 축구대회에서 한국의 이상민 선수는 심폐소생술 응급 처치로 동료 선수를 살렸다. 축구 선수 가운데 가장 큰 이름을 얻고 가장 큰 부를 이루었으며 동시에 가장 크게 사회 기여를 하는 선수는 아마도 포르투갈 출생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아닐까 한다. 그가 한 해에 기부하는 금액은 한국인 전체가 한 해 기부하는 금액보다 많다. 공익광고에 무료로 출연하며 불우아동 구호에도 최선을 다한다.
호날두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마약 중독자인 형, 청소 일을 해 가족의 생계를 맡은 어머니 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가족과 어머니가 부끄러웠고 외톨이에 구멍 난 축구화, 그리고 정상인보다 두 배나 빨리 뛰는 심장 질병을 갖고 있었다. 이름 없는 축구팀에서 혼자 남아 축구공을 닦거나 축구화를 수선하던 그가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군림하기까지, 그는 심장이 터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그라운드를 뛰었다.
이렇게 보면 축구를 비롯한 모든 스포츠의 미담이나 성공은 모두 그 바탕에 인간으로서 최선을 다한 노력과 인간승리를 향한 고투가 깔려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성공 그 자체보다 거기에 이른 눈물겹고 줄기찬 과정에 감동한다. 이제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이, 또 함께 겨루는 온 세계의 선수들이 올해도 이러한 감동의 스토리를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그것이 앞서면 경기의 승패는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다. 우리도 미리 그 감동을 담을 가슴을 준비하자. “대~한민국!”
김종회 경희대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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