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가 속한 조별리그 F조는 한국 시간으로 18일 0시 독일-멕시코전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그간 경기를 학수고대했던 ‘F조 응원단’들 역시 눈에 띄진 않지만 일찌감치 러시아로와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을 겁니다. 그들은 어디에 있었을까요. 설레면서도 다른 조 팀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한 마음에 러시아 곳곳을 배회하진 않을까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김동진, 이호 등이 뛰었던 축구팀 FC 제니트의 연고 도시입니다. 제니트는 2006 독일월드컵에서 한국팀 지휘봉을 잡은 딕 아드보카트(네덜란드) 감독이 몸담았던 곳이기도 하죠.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심 코누셴나야 광장 인근의 제니트 구단 매장에서 멕시코 팬 하비에르씨를 만났습니다.
러시아의 관광 명소인 ‘피의 구원 사원’에서 관광을 즐기는 스웨덴팬 에드바르드 에리크씨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입니다. 스웨덴이 최근 A매치 3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치며 경기력 부진에 시달리자 팬들 역시 기대가 한풀 꺾인 듯합니다. 그는 “스웨덴이 16강에 갈 것이라 보는 이들은 거의 없다. 한국팀은 잘 모르지만 토트넘에서 뛰는 선수(손흥민)는 안다”며 “독일이 조 1위를 한다면 그 뒤는 멕시코나 스웨덴이 따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렇다면 F조의 ‘절대 강자’ 독일팬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만난 게오르크 크리스티안씨는 “축구공은 둥글다. 어떤 팀이 16강에 갈지 아무도 모른다”며 엄살을 부린 뒤 “한국은 나쁘지 않은 팀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페어플레이를 하자”며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이처럼 진정으로 축구를 즐길 줄 아는 팬들이 있어 막 베일을 벗은 F조의 순위 싸움이 더욱 기대됩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