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양이 학대 △배우 김주혁 사망 조롱 △호주 아동 성추행 △아이돌그룹 샤이니 멤버 종현 사망 조롱 △‘홍대 누드크로키’ 몰래카메라 유포 및 2차 가해 △고려대 화장실 몰래카메라 유포 △누드크로키에 문재인 대통령 합성 △혜화역 3차 시위 ‘문재인 재기해’ 구호 △누드크로키 재유포 △소년 살인 허위 주장 △노인 흉기 위협 패륜 △천주교 성체 및 예수상 훼손 △성당 방화 예고 등
세계일보는 이날 페미니즘 전문가 3인에게 워마드에 대한 궁금증을 풀 세 가지 질문을 던졌다. ①워마드의 과격성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②워마드 활동을 성평등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으로 볼 수 있는지 ③워마드에게 건네는 조언 등이다.
지난 11일 워마드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사진. 사진은 표면에 숫자 '666'이 적힌 성체 추정 물체를 태우는 모습. |
전문가들은 워마드가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쏟아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워마드가 ‘관심 끌기’에 성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초기 사회 운동은 항상 폭력적이고 거친 언사가 많이 나온다. 대중과 언론의 관심을 끌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한쪽으로 굽은 나무를 펴기 위해선 반대쪽으로 확 끌어당겨야 한다. 어정쩡하게 보편적, 공동의 가치를 내세우며 문제를 제기하면 중간까지 오지 못하고 멈출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워마드의 혐오표현은 전략적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워마드의 과격성의 기저에는 사회적 좌절감이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워마드 회원들을 만나보니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더라. 이 세대는 현재 불황기, 취업절벽 등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다. 여기에 여성 장벽까지 더해지니 과격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금의 대학생 청년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가정에서 자라오면서 젠더 불평등 문제를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막상 사회는 성평등 분위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이는 당연히 사회 진출 과정에서 이전 세대들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온라인 특성이 워마드의 과격성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워마드에는 기본적으로 여성의 억울함, 분노 등이 녹아있지만 그 분노는 온라인상에서 ‘혐오 놀이’로 번졌다”고 말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워마드에 ‘작전 세력’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워마드는 다른 여초 카페와 달리 가입 절차에서 성별 인증이 필요 없다.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라며 “워마드의 모든 콘텐츠가 익명성에 기반을 둔 지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짜 워마드’인지 구별이 안 된다. 어떤 종류의 집단이라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여성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
워마드가 사회 전면에 부각하면서 ‘워마드=최전선 페미니스트’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본디 페미니즘의 목표는 여성의 권리 신장, 기회의 평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성평등’을 달성하는 것이다.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워마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 교수는 워마드의 활동이 성평등 운동으로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워마드는 일반적인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멀다”며 “한국 사회가 페미니즘 이슈에 무관심해 결국 병에 걸렸고, 그 부작용이 나타난 것으로 봐야 한다. 워마드는 ‘페미니즘의 찌꺼기’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윤김 교수는 최근 ‘성체 훼손’ 사건을 예시로 들며 워마드를 ‘지옥의 페미니스트’라고 설명했다. 그는 “성체 훼손은 충격적이다. 천주교 신앙을 공유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모욕”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여사제 금지, 낙태죄 폐지 반대 등 천주교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에 문제를 제기한 측면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한국에서 급부상한 일명 ‘헬(hell) 페미니스트’들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며 “이들은 한국 여성 운동 역사에서 낙태죄 폐지를 위해 거리를 뛰쳐나온 최초의 여성들”이라고 평가했다. 워마드의 운동이 과격할지언정 여권 신장의 관점에서 페미니즘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뜻이다.
윤김교수는 워마드에게 “행동하기 전에 더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콘텐츠가 문제 제기가 아닌 또 다른 혐오가 될 수 있다는 세밀한 고찰이 필요하다”라며 “분노가 사회적 강자를 향할 땐 폭발적인 효과가 있지만, 소수자를 겨냥하면 많은 경우 혐오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워마드는 모든 도덕적 코르셋을 벗어던지는 방식으로 여성운동을 소화하고 있는데, 이같은 접근이 불러일으킬 사회적 파장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윤상철 교수는 워마드에 “노동 운동이 걸어온 길을 참고하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 운동은 과격해지면서 내분이 일었다. 이에 일부 노동자만 고소득층 정규직이 됐고 나머지 상당수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면서 둘 사이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워마드는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극단주의(레디컬)로 눈총을 받고 있는데, 굳이 또다른 논란을 만들어 부정적 여론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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