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시작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사건의 수사·재판 결과가 최근 연달아 나오고 여성단체들의 시위도 잇따르면서 성범죄 처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 인터넷 카페를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성난남자’(억울하게 성범죄 누명 쓴 난처한 남자)라는 이름의 카페가 그 주인공이다. 31일 이 카페에 들어가 보니 ‘억울한 성범죄 누명을 쓰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무혐의 해결책을 찾는 커뮤니티 카페’라는 설명이 바로 눈에 띄었다. 카페 개설 연도는 2010년이다.
회원 수는 4500명을 웃돈다. 회원이 아니면 게시글 내용을 볼 수 없다. 카페 회원가입은 내년 1월1일까지 금지돼 있는 상태다. 회원 등급은 ‘신입’과 ‘중수’, ‘고수’ 등으로 나뉜다. 신입회원은 ‘억울합니다 도와주세요’란 게시판에 자신의 사연글을 올리고 댓글을 5개 달아야 등급을 올릴 수 있다.
전체 게시글 수도 7200건 이상이다. 게시글은 ‘강간죄로 고소당했습니다’, ‘내일 경찰조사인데 답답합니다’, ‘하루하루 피가 말라요’ 등 자신의 사연을 올린 것부터 ‘항소심에 대해 참고하세요’처럼 법률 정보를 제공하는 글까지 다양하다. 무고죄로 고소하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도 상당수다.
이 카페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건 아니지만, 카페를 바라보는 시선은 성별 등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직장인 김모(27·여)씨는 해당 카페에 들어가본 뒤 “성범죄를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취급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 문제”라며 “정부나 경찰이 나서서 카페를 폐쇄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원생 이모(27)씨는 “아무리 봐도 성범죄라고 하기 어려운 데 무턱대고 고소부터 하는 여자들이 있지 않느냐”며 “진짜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카페가 큰 문제라고 생각되진 않는다”고 전했다. 남성 혐오 커뮤니티 ‘워마드’를 비롯한 일부 사이트들에서도 논란이 거세다.
대중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법원은 입증주의에 근거해 증거가 없는 부분은 판단하지 않는데, 이런 맹점에 대한 불만이 (카페를 통해) 표출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회원들이 경찰 수사 결과 실제 혐의가 있는 사람들인지, 아닌지에 따라 카페 성격이 달라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성난남자’ 카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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