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가인권위원회 등 주최로 열린 ‘사형제 폐지 국제적 현황 및 국내 이행을 위한 토론회’에서 “가석방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소 복역 기간을 엄격히 적용하는 상대적 종신형이 사형의 대체 형벌로 헌법에 부합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체형벌로 거론된 ‘절대적 종신형’은 위헌 비판에 직면
사형제 대체형벌로는 절대적 종신형, 상대적 종신형이 가장 많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절대적 종신형은 가석방의 가능성도 없어 수형자가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하는 형벌이다.
정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절대적 종신형에 대해 “수형자를 영구히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점에서는 사형과 다를 바가 없으나,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을 피하고 사형과는 달리 오심의 불가역성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사형보다 나은 제도로 평가받는다”면서도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수형자의 개선과는 무관하게 그를 자연사할 때까지 수감하므로 사형과는 수형자의 생을 종식시키는 방법과 시기만을 달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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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절대적 종신형도 위헌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수형자의 생명이 아닌 신체의 자유를 영구히 박탈함으로써 수형자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전적으로 사회방위를 위한 수단으로만 다루기 때문에 헌법 제12조에 의해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서는 헌법 제10조 제1문 전단의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절대적 종신형의 헌법적 문제를 알고도 절대적 종신형의 채택을 주장하는 것은 사형폐지를 위한 고육책 과도기적 해법”이라며 “일단 절대적 종신형으로 국민의 부정적 정서를 무마해 사형제를 폐지한 뒤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절대적 종신형이 위헌으로 선언되면 그것을 상대적 종신형으로 전환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석방 허용되는 ‘상대적 종신형’이 가장 이상적
정 교수는 토론회에서 “절대적 종신형의 위헌 소지 때문에 사형을 대체할 수 있는 형벌로는 가석방이 허용되는 종신형이 법리적으로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 종신형에서 가석방의 구체적 조건, 특히 가석방이 가능한 최소복역 기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제안이 나온다. 최소복역 기간을 20년으로 설정해야 한다거나 무기형에서는 20년이 지나야 가석방할 수 있고 유기형이 최고 30년인 점을 감안할 때 최소 30년의 복역 기간이 지나야 가석방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등의 견해가 그것이다.
정 교수는 현행법의 무기형도 사형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 형법상의 무기형은 가석방이 없는 한 자연사할 때까지 자유를 박탈한다”며 “그러나 무기수가 그 행상이 양호해 개전의 정이 현저할 때 20년 이상의 수형생활을 하면 행정처분으로 가석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무기형의 이와 같은 집행은 일반 국민의 형사적 정의감을 해칠 뿐 아니라 책임주의에 배치될 수도 있다”며 “헌법상 인신의 구속과 석방은 법원이나 법관의 소관 사항임에도 무기수 가석방 문제는 행정처분으로 처리되므로 형사 사법적 정의를 외면한 채 행정편의주의나 정치적 목적에 따라 좌우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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