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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00년을 견디는 불멸의 와인 포트

관련이슈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 디지털기획

입력 : 2018-10-21 09:55:08 수정 : 2018-10-22 13: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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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포트 최고의 포도가 열린 해에만 만들어

40∼50년이 지나야 맛이 최고조에 달해

200년 역사 다우(DOW) 빈티지 포트의 대명사

가파른 도우르 강가에 조성된 포트와인 생산 포도밭. 출처=다우 홈페이지

깊고 깊은 루비색, 검은 체리 등 폭발적인 과일향, 유칼립투스의 스파이시, 묵은 씨간장 같은 감초 등 한약재. 그리고 황홀경에 빠지게 만드는 질리지 않는 달콤함. 이 모든 것을 지닌 완벽한 와인이 있답니다. ‘포트의 제왕’ 빈티지 포트(Vintage Port)입니다. 요즘처럼 날씨가 쌀쌀해지는 가을이나 겨울 밤 가볍게 한잔하면 달콤한 맛 덕분에 하루의 피로가 풀리고 몸도 따뜻해져 숙면에도 도움이 됩니다.

포트, 마데이라(Madeira), 셰리(Sherry)를 세계 3대 주정강화로 꼽는데 만드는 방식은 다 다릅니다. 포트는 하루나 하루 반나절 정도 발효를 하다가 알코올 함량 77% 정도의 고순도 중성 브랜디(Aguardente)를 확 부으면 효모가 죽어 발효가 멈추면서 미처 발효되지 못한 포도의 당분이 남아 달콤한 와인이 만들어 지죠. 대신 알코올도수는 17~21%로 높아집니다. 
다양한 품종이 섞여 자라는 포트 와인 생산 포도밭 출처=다우 홈페이지
포트는 포르투갈에서만 생산되는데 품종은 80여종으로 그중 권장 품종은 29종 정도에요. 하지만 포도밭에는 여러 품종들이 마구 섞여서 자라기때문에 생산자조차 자기 포도밭에 어떤 품종이 몇%나 심어져 있는지 모를 정도라는 군요. 아주 오래전부터 심어져 있는 포도를 그대로 사용해 포트 와인을 빚는 거죠. 그중 많이 심어진 대표 품종은 뚜리가 나시오날, 뚜리가 프랑카, 띤따 호리츠, 띤따 바호카 등입니다.

포트는 아주 짧은시간에 발효를 멈추기 때문에 껍질에서 색과 탄닌을 충분하게 뽑아낼 시간이 매우 부족해요. 그래서 피스톤 같은 로봇발로 콱콱 세게 눌러준답니다. 포도밭은 경사가 아주 가파른 도우르 강가에 있는데 예전에는 와이너리에 전기 공급이 안돼 사람이 직접 발로 밟아 만들었다니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했겠네요.
밟로 밟아 색과 탄닌을 출출하는 모습 출처=다우 홈페이지
포트는 루비, 토니, 빈티지 세종류가 있어요. 루비는 과일 풍미가 진해 일반 레드 와인과 비슷하면서 알콜이 좀 높고 더 달콤합니다. 토니는 황갈색이란 뜻으로 너트류의 산화된 맛과 향이 강합니다. 빈티지는 포트 와인의 최고봉으로 완벽한 포도가 생산된 해에만 만듭니다. 보통 10년에 3번 정도 빈티지 포트가 탄생하며 전체 생산량의 2∼3%에 불과하니 매우 귀한 와인이죠. 숙성과정을 지켜보면서 품질을 계속 점검하는데 최소한 2년에서 길게는 4년 뒤에 빈티지 포트로 선언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보통 18개월∼3년 미만 오크통에서 가볍게 숙성시킨 뒤 병에 담으며 이린 빈티지도 맛있지만 보통 40∼50년이 지나야 맛이 최고조에 달합니다. 100년 이상도 버티기는 힘이 있어 ‘불멸의 와인’으로 불리기도하죠.

빈티지 포트는 찌꺼기를 거르는 정제나 여과없이 그대로 병에 담는답니다. 필터링을 완벽하게 하면 병속에서 발전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인간의 삶처럼 오랜시간동안 병속에서 천천히 다양한 풍미를 만들어내며 숙성됩니다. 따라서 오래된 빈티지 포트는 침전물을 거르기 위해 반드시 디캔팅을 해야합니다.
다우 빈티지 포트
다우 빈티지 포트 1966이 보관된 셀러 출처=홈페이지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다우 포트(Dow Port)는 세계 프리미엄 포트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가장 유명한 포트로 시밍튼 패밀리(Symington Family)가 소유한 여러 포트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프리미엄 빈야드의 중요성에 눈을 뜬 최초의 포트 와이너리로 1890년대부터 최고 포도밭이 있는 세뇨라 다 리베이라(Senhora da Ribeira)와 봄핑(Bomfim) 등 183ha에 달하는 포도밭에서 고품질 포트를 계속 생산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수입사 나라셀라를 통해 1985년, 2000년, 2016년 등 3개 빈티지가 수입됐습니다.
다우 포트 오너 도미닉 시밍턴(Dominic Symington)

한국을 찾은 다우 포트 오너 도미닉 시밍턴(Dominic Symington)과 3가지 빈티지를 비교시음했습니다. “포트 와인은 달콤하다고 해서 디저트 와인으로 못박을 필요는 없어요. 특히 빈티지 포트는 단순한 스위트 와인이 아니고 복합미 아주 풍부한 와인이죠. 특히 밸런스가 좋아요. 산미는 숨어있다가 서서히 전면으로 나오기 때문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고 민트같은 시원한 느낌과 굉장히 다양한 복합미 가득하답니다”. 시밍턴의 말대로 포트 와인은 달지만 산도가 잘 뒤받침되기 때문에 다양한 코스 요리와도 매칭이 잘 됩니다. 
다우 빈티지 포트 2016

다우 빈티지 포트 2016은 2011년이후 5년만에 탄생한 가장 최근 다우 빈티지 포트로 개화기때 비가 많이 와 생산량이 줄었지만 생장기때 이상적인 온도를 유지하면서 착실하게 잘익어 농축미가 아주 뛰어난 포도가 맺어졌습니다. 덕분에 아직 너무 영한 빈티지 포트이지만 검은 자두, 라벤더 등 깊은 풍미가 깊은 맛을 선사합니다. 
다우 빈티지 포트 1985

다우 빈티지 포트 1985는 감초 등 한약재가 지배적입니다. 레드체리와 블랙체리 등 붉고 검은 과일 향이 모두 담겨 있고 후추 같은 스파이스한 향이 잘 느겨집니다. 탄닌은 실크처럼 부드럽고 긴 여운이 이어집니다. 33년이 됐지만 앞으로수 수년동안 더 숙성시키면 마실수 있습니다. 
다우 빈티지 포트 2000

다우 빈티지 포트 2000은 굉장히 스파이시한 향이 특징입니다. 매콤한 향신료인 카더몬과 시원한 민트, 스타아니스 등 이 복합적으로 어우러 지고 한약재인 팔각, 블루베리 딸기 잼, 담배향도 시간이 지날수록 짙어집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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