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환경재난 영화는 많이 나왔지만, 얼마 전 개봉한 ‘인 더 더스트’(감독 다니엘 로비)는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지 않고는 숨을 쉴 수 없는 강한 먼지재난을 처음 다룬 영화로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이 영화는 유럽 곳곳에서 진도 6.7의 지진이 발생하며 시작된 먼지폭풍이 땅속에서부터 점차 위로 올라오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과학(SF)영화다. 5층 이하는 모두 먼지 속에 잠긴 도시는 지붕 꼭대기에서 보면 먼지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미처 위쪽으로 대피하지 못한 사람은 사망하고, 살아남은 사람은 산소통과 연결돼 있는 방독면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치른다. 더구나 주인공 부부인 마티유(로망 뒤리스)와 아내 안나(올가 쿠릴렌코)에게는 선천성 질환으로 인해 집 안의 밀폐된 캡슐 안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 딸까지 있다. 위층 이웃집으로 겨우 대피는 했지만, 딸이 있는 캡슐의 배터리 교체 시간이 다가오자 아래층 캡슐에 있는 그녀에게 목숨을 담보로 내려가야 하며, 점차 위로 차올라오고 있는 먼지를 피해 더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한 딸의 방화복도 필요하다. 영화는 위기상황을 증폭시켜 긴장감을 더한다.
현실이 영화처럼 극적이지는 않지만,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 또한 없다. 점점 나빠지는 미세먼지의 농도를 줄이기 위해 당장 우리가 힘을 합해 노력해야 할 일도 많다. 알고는 있지만 급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실천을 미루고 있는 태도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도 자주 미세먼지 관련해 국민 각성을 촉구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실천은 우리나라에서만 노력해서도 안 될 일이다. 지구촌 전체 환경이 연결돼 있으므로 국제적 공조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불안해만 할 것이 아니라 자연 친화적 환경으로의 적극적인 전환을 통해 미세먼지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어떨까.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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