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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함 벗고 '현재' 담은 새로운 회화…학고재청담 개관전 '피오나 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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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24 03:00:00 수정 : 2018-11-23 19: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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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관 30주년을 맞은 ‘학고재’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학고재 청담’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전시 공간을 열었다. 새로운 공간은 국내외 젊은 작가들을 위해 운영될 계획이다.

백설공주는 자신의 세계에서 달을 꺼내올린다
학고재 청담은 개관전으로 영국 작가 피오나 래(Fiona Rae) 개인전 ‘피오나 래’를 준비했다. 회화의 경계를 확장한 것으로 평가받는 래가 국내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1999년 일본 개인전 이후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다.

인물 1h
이번 전시는 30여년간 회화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표현 방식을 스스로 혁신해온 작가의 지난 5년간의 행적을 집중 조명한다. ‘인물 1h’처럼 흑백으로 그려진 작품부터 ‘옛날 옛적에 인어의 노래를 듣다’처럼 연보라색 안개 위로 부드러운 덩굴줄기가 뻗어 나오는 듯한 파스텔톤 채색까지 다양하다. 마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스크린처럼 캔버스 스스로 빛을 뿜어내는 듯한 느낌이 래의 최근 작품의 특징이다.

옛날 옛적에 인어의 노래를 듣다
래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이 연구해온 독자적인 표현 방식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아왔다. 그동안 반짝이나 스텐실, 스프레이 페인트, 만화 속 캐릭터, 꽃과 별 문양 등 전문 작가의 작품과는 거리가 멀었던 요소들을 캔버스 위로 대담하게 옮겨오며 주목을 받았고, 2014년부터는 뚜렷한 형상을 배제하고 추상 회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래의 작품은 ‘유동적이고 유려한’ 회화로 밝은 배경에 흰색과 다른 색을 섞어 빛이 뿜어 나오는듯한 작업이 주를 이룬다.

래는 홍콩에서 태어나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영국으로 돌아가 정규 교육을 받았다. 그가 경험한 다양한 문화는 작품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래는 훗날 영국 현대미술의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받는 전시 ‘프리즈’에 참가하며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중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11년 여성 최초로 영국 왕립 아카데미 대학(Royal Academy Schools) 회화과 교수로 임용됐다. ‘화가들의 화가’로도 불리는 그는 테이트(Tate)와 레스토랑 및 테이트 멤버스 아티스트 커미션을 포함한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영국에서 손꼽는 예술가들만 초청되는 것으로 알려진 영국 왕립 미술 아카데미에 이름을 올렸다.

영 브리티시 아티스트들이 대체로 매체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것과 달리 래는 오랫동안 회화에 천착해왔다. 래에게 있어 회화는 ‘현재’다. 그의 채색은 유화 매체 특유의 불투명하고 때로는 탁한 느낌이 없다. 특히 최근작에서 보이는 수채화에 가까운 채색은 유화의 물성마저 극복하려는 듯하다. 이러한 기법으로 그는 오늘날 우리의 시선이 주로 머무는 매체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스크린과 같은 반짝이는 듯한 느낌을 캔버스로 불러온다. 그는 “자신이 보는 모든 동시대적 요소를 회화에 옮기며 마침내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말한다.

피오나 래의 뛰어난 색채감각과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원숙한 붓터치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이번 개인전은 내년 1월 2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사진=학고재청담 제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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