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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빚은 샴페인에서는 왜 짭조름한 바다향이 날까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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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4 10:45:23 수정 : 2019-01-04 10: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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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뉴 아이 마을 백악기 형성 쵸크 토양이라 미네랄 풍성 / 다시마에 많은 요오드 덕분 해조류의 짭조름한 맛 느껴져 / 샴페인 앙리 지로 아이 인근 아르곤 숲 오크로 샴페인 양조 신선한 산도와 풍부한 미네랄. 입안을 가득 채우는 잘 익은 사과 등의 과일향. 샴페인의 필수 조건입니다. 샴페인을 만드는 3가지 품종 샤르도네, 피노누아, 피노 뮈니에의 포도 품질이 가장 중요한데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인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상파뉴 주요 생산지역과 아이 마을 위치
프랑스 상파뉴의 주요 생산지는 몽타뉴 드 랭스(Montagne de Reims), 발레 드 라 마른(Valle de la Marne), 꼬드 데 블랑(Cote des Blanc), 꼬뜨 드 세잔(Cote de Sezanne), 꼬뜨 데 바(Cote de Bar) 등 5개 지역으로 나뉘며 357개 마을에서 포도를 재배해요. 이중 17개 마을이 그랑 크뤼로, 42개 마을이 프리미에 크뤼로 지정됐고 나머지는 그냥 크뤼 마을로 부르죠. 1990년대까지는 이 등급에 따라 포도 가격이 정해졌답니다. 지금은 포도 가격이 자율적으로 정해지만 여전히 그랑크뤼와 프리미에 크뤼의 포도 사용여부는 샴페인의 품질을 좌우합니다. 

백악질 쵸크 토양
그랑 크뤼 마을중 아이(Ay)가 가장 중요한데 샴페인이 태동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남향 포도밭으로 햇볕을 잘 받아 포도의 완숙미가 뛰어나죠. 특히 표피층이 앏아 뿌리가 쉽게 기반암에 도달할 수 있어 신선하고 풍부한 미네랄을 뽑아 올릴 수 있답니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된 포도로 빚은 샴페인은 짭조름한 바다향이 깃든 미네랄이 느껴지는데 이는 백악기에 형성된 쵸크(Chalk) 토양때문입니다. 

아르곤 오크숲 위치
아르곤 숲
아이 마을에서 동쪽으로 70km 떨어진 곳에 아르곤(Argonne) 숲이 있는데 뛰어난 샴페인을 만드는 중요한 자원이 이곳에서 무성하게 자랍니다. 바로 오크입니다. 아르곤의 토양은 양분이 거의 없는 사암이기 때문에 나무가 더디게 자라면서 밀도가 매우 높고 물리적, 화학적 반응에 내성이 강한 단단한 오크가 만들어 집니다. 이런 오크를 사용하면 아주 정밀한 양조가 가능합니다. 특히 오크통으로 제작하면 구멍이 매우 작아 산소가 아주 미세하게 유입돼 포도에서 탄닌이 덜 빠져나옵니다. 레드와인에서 탄닌은 매우 중요하지만 샴페인 등 스파클링과 화이트 와인에서 탄닌은 ‘적’입니다. 최대한 탄닌이 추출되지 않는 방법으로 양조를 해야 신선한 와인을 즐길수 있습니다.

1625년부터 300년 넘게 12대째 샴페인을 빚는 앙리 지로(Henri Giraud)는 아이 마을에 10ha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으며 아르곤 오크를 사용해 뛰어난 풍미를 지닌 샴페인을 선보이는 대표적인 생산자입니다. 퓌 드 센(Fut de Chene)은 앙리지로의 상징적인 와인입니다. 45∼50년 수령의 피노 누아 80%, 샤도네이 20%로 만드는데 아르곤 오크에서 1년동안 숙성한뒤 효모와 함께 숙성하는 2차 병발효·숙성을 무려 6년의 숙성을 거쳐 세상에 선보입니다. 올드바인이라 포도의 집중력이 매우 뛰어나며 쵸크토양에서 오는 해조류의 짭짤한 미네랄이 돋보이고 풍성한 효모 풍미와 침샘을 자극하는 신선한 산도의 균형이 잘 잡혀있습니다.

앙리지로 셀러
아르곤 오크나무
퓌 드 센은 오크통이라는 뜻인데 앙리지로는 아르곤 오크를 3년동안 말린 뒤 사용합니다. 특히 아르곤은 9개 세부구획(클리마)에 따라 여러 스타일의 오크가 생산되는데 앙리지로는 9개 클리마별로 오크통을 따로 제작한 뒤 각각의 오크에서 숙성한 와인을 나중에 블렌딩하기때문에 9개의 풍미가 어우러지며 더욱 복합미를 지니게 됩니다. ‘오크의 떼루아’를 얘기하는 유일한 샴페인 하우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아이 지역에서는 1950∼1970년대 많은 장인들이 아르곤 오크로 와인을 많이 만들었는데 스테인리스 탱크와 애나멜 탱크가 유행하면 오크를 거의 안 쓰게 됐습니다. 오크는 오염도가 높아질 확률이 높아 관리가 어렵지만 이런 스테인리스 탱크 등은 씻기만 하면 멸균에 아주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살충제 제로 OK사인을 만들어 보이는 앙리 지로 수출매니저 Gauthier Vecten
샴페인 레이블에 표시된 살충제 잔여물 제로 증명 OK 사인
앙리 지로는 아르곤 숲 오크 보호를 위해 프랑스 국립 산림청 (ONF, Office National Office National des Forets)과 연계해 여러 가지 후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뀌베 한 병이 판매될 때 마다 2년 수령의 새로운 나무를 심고 그 나무가 5년 간 성장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지원한답니다. 또 올해 1월부터 에스프리 나뚜르 브뤼(Esprit Nature Brut)를 시작으로 모든 샴페인의 뒷면 레이블에 살충제 잔여물 제로를 증명하는 OK 사인과 해당 와인의 분자 분석 자료를 공개하는 QR 코드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에스프리
에스프리 나뚜르(Esprit Nature)는 피노누아 80%, 샤도네이 20%로 만드는 앙리 지로의 클래식한 스타일 샴페인으로 크리미하면서 리치한 풍미가 돋보입니다. 5세기 동안 이어져 내려온 앙리 지로 와이너리의 ‘유서깊은 정신’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레이블에는 전통적으로 오크 제작에서 사용하는 아르곤 숲의 나무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코드 누아 블랑 드 누아 브뤼
코드 누아 블랑 드 누아 브뤼(Code Noir Blanc de Noirs Brut)는 피노 누아 100%로 빚는 앙리 지로의 미들급 샴페인입니다. 풍성한 효모향이 느껴지며 입을 바짝 마르게하는 산도가 돋보이고 민트와 미네랄도 느껴집니다. 아르곤 오크에서 1년 숙성을 하며 연간 8000병 정도만 생산됩니다. 오크 뉘앙스를 최대한 절제하기 위해 새오크 사용 비율은 20%로 제한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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