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부모란 아이한테 무엇을 해 줘야 하는 존재인가를 질문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주인공 노노미야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는 겉보기에는 성공한 직업인, 훌륭한 가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섯 살 아들 게이타(니노미야 게이타)가 하루라도 피아노 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도록 엄격하게 교육하는 아버지다.
어느날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자신의 생물학적 아들을 키우는 사이키 유다이(릴리 프랭키)는 보잘것없는 전기상회를 하면서 살아가지만, 아이와 함께 놀아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버지다. 두 아버지는 바뀐 아이가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6개월 동안 두 가족이 함께 모여 어울리거나, 집을 바꿔서 생활해 본다. 사이키는 아이와 목욕을 함께하면서 장난도 치고, 고장 난 로봇을 고쳐주기도 하는 등 아이의 눈높이를 맞춰준다. 6개월 동안 노노미야를 보고 아쉬움을 느낀 사이키는 아들 게이타가 노노미야보다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니, 아이와 같이 있을 시간을 더 만들어보라고 권유한다. 그러나 노노미야는 자신이 아니면 안 될 일이 있다고 변명한다. 그러자 사이키는 ‘아버지란 일도 다른 사람이 못하는 거죠’라며 반박한다. 6개월 후 각자 자신의 생물학적 아들과 지내게 되지만, 노노미야의 집에서 사는 류세이(황 쇼겐)는 사이키 집을 그리워하며 적응하지 못한다. 영화는 두 아버지 유형을 대비시키면서 노노미야가 6년 동안 키웠던 게이타와의 추억을 통해 진정한 부모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영화는 ‘낳은 정’, ‘기른 정’이라는 주제를 신파로 표현하지 않고 한 인간이 문제 상황에서 어떻게 성장해 가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빠새는 어미새와 함께 둥지도 짓고 알도 함께 품고, 태어나면 먹이를 물어와 새끼를 먹인다. 대부분의 부모는 성공을 위한 시간 투자가 모두 가정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커 버린 다음에는 이미 늦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그 시기가 지난 다음에야 깨닫는다. 새해에는 가정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귀한 시간을 만들어봄이 어떨까.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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