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벤투 감독은 예상과 다른 파격적 선택을 했다. 불과 이틀 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혈전을 펼친 손흥민(27·토트넘)을 선발 멤버로 내세운 것. 당초에는 체력 부담을 감안해 벤치 대기 혹은 교체 출장 등이 전망됐었다. 다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기존의 측면 공격수 대신 4-2-3-1 전형의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해 수비부담을 줄였다. 에이스를 최대한 활용하되 체력부담을 덜어주는 절충점을 찾아낸 셈이다.
이 과감한 선택은 곧 효과를 봤다. 전반 12분 오른쪽 측면 수비수 김문환(24·부산)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내에서 수비수들을 제치는 과정에서 중국 수비의 발에 걸려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 페널티킥을 최전방 공격수 황의조(27·감바 오사카)가 침착하게 차넣어 선제득점으로 연결했다.
일단 선제골을 얻은 한국은 이후 줄기차게 밀어붙였다. 전반 23분에는 황의조의 중거리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튕겨 나왔고 27분엔 손흥민이 오른발 슈팅으로 중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6분 만에 또 한골이 터졌다. 손흥민이 코너킥 상황에서 날카로운 킥으로 날려보낸 공을 김민재(23·전북)가 정확한 헤딩 슛으로 골대 안으로 꽂아넣었다. 김민재는 키르기스스탄전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며 대표팀의 또 하나의 공격무기로 올라섰다.
안정적 리드를 얻은 한국은 이후로도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며 2-0 완승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2득점에 모두 관여한 손흥민은 후반 43분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조별리그를 3전 전승(승점 9) 무실점으로 마치며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대표팀은 5일간의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한 뒤 22일 A·B·F조 3위 중 한 팀과 8강 진출을 놓고 겨룬다.
여기에 벤투 감독 취임 후 6승 4무로 무패 행진을 10경기로 늘렸다. A대표팀 감독의 데뷔 10경기 무패는 1988년 취임한 이회택 감독이 14경기 무패를 이어간 이후 처음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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