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교수, 사명감에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중환자들 돌봐
27일 세브란스병원과 송 교수 가족 등에 따르면, 2014년 3월 세브란스병원으로 온 송 교수는 장기이식센터 폐 이식팀의 핵심 의료진 중 한 명으로 활약하면서 2018년 3월부터 동료 의사 1명과 함께 20∼30명 가량의 중환자를 돌보는 중환자실 전담 의사도 맡았다. 중환자실은 시시각각 생사를 다투거나 상태가 호전되다가도 갑자기 위급 상황에 빠지는 환자가 많아 격무에 시달리는 곳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내색하지 않은 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소임을 다했다. 출근하면 다음 날 새벽에 퇴근하는 게 다행일 정도로 하루 이틀은 병원에서 지내며 쪽잠을 자는 게 다반사였다. 콜을 받으면 즉시 환자에게 달려가 곁을 지키고, 자가호흡이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 장비 값이 엄청 비싸고 숙련도를 요구하는 ‘에크모’((ECMO·체외막 산소화 장치) 치료도 송 교수의 몫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지난해 병세가 깊어진 아버지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송 교수는 돌볼 환자가 많아 인사만 겨우 드렸다고 한다. 그의 여동생은 “주로 폐 이식 환자 등 중증환자들을 돌보다 보니, 한밤 중이나 새벽에도 환자들 상태를 체크하느라 본인은 (병원에 있으면서도) 치과·비염 진료 받을 시간조차 내지 못했다”며 “그도 그럴것이 본인이 세심하게 돌보는 만큼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을 살릴 수 있으니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것 같다”고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송 교수가 평소 환자분들에게 상당한 신경을 썼다”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송 교수 치료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오빠, 일어날 수 있어. 다시 돌아와서 환자 봐야지···”
어떤 누구보다도 송 교수의 회복과 쾌유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사람은 가족들이다. 그의 여동생은 얼마 전 SNS에 그런 마음을 담담하게 전하기도 했다. 오빠를 추억하며 남긴 글은 주위를 안타깝고 숙연하게 했다. 송 교수가 속히 깨어나 가족의 품과 환자들 곁으로 오길 기원하며 여동생이 올린 글을 소개한다.
몇해 전 크게 아파 병원신세를 오래 지고 있는 친구를 병문안가면서 의사인 오빠에게 물었다. “(친구가) 회복할 수 있겠느냐”고. 평소 일과 관련된 일에는 냉정함을 잃지 않는 오빠였기에 큰 기대 없이 물었으나,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친구) 귀에 대고 크게 좋은 얘기를 많이 해 주면 분명히 듣고 있을 거야”라고.
그는 큰 병원에서 중환자실을 담당한다. 하지만 오빠는 모든 환자를 이렇게 돌보았던 것 같다. 수년 동안 집에서 저녁을 먹은 날이 없었고, 가족들 얼굴을 보는 것도 특별한 날에나 가능했었다. 그나마 새벽이 되어서야 퇴근하면 다행이고, 병원에서 (지내다) 하루 이틀 뒤에 돌아오는 것 역시 다반사였다. 작년(10월 말) 돌아가신 아버지가 (그 전에) 병세가 깊어져 아들이 일하는 병원에 입원하면, 아버지께 인사만 겨우 드리고는 본인 환자들을 돌보느라 바빴다. 주로 폐 이식을 한 환자들과 중증환자들을 돌보다 보니, 깊은 밤이나 새벽이나 환자들 상태를 체크하느라 본인은 치과진료도, 비염진료도 시간을 내서 볼 수조차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본인이 세심하게 (환자를) 보는 만큼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을 살릴수 있으니 오빠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었던 것 같다.
오빠가 나에게 해 준말은 매일 내 귓가에 맴돌고, 지금은 내가 오빠 귀에 대고 말한다. “오빠 일어날 수 있다”고. 오빠는 지금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환자가 되어···. 작년 6월, 결국 오빠는 며칠밤을 새고, 다음날 학회를 갔다 뇌출혈로 쓰러졌고 아직 중환자실에서 그동안 못 잔 잠을 자고 있는 중이다. 결국 아빠의 임종도 지켜드리지 못하고 누워있는 오빠를 보며, 그리고 누워있는 아들을 차마 보지 못하고 돌아가신 아빠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사무실 앞에 커피와 국화꽃 다발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
아직도 우리 오빠가 일어날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삶과 죽음은 누구에게나 온다지만, 오빠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신한다. 그리고 매일매일 오빠 귀에 대고 말한다. “우리 모두 기다리고 있으니 다시 돌아와. 다시 환자 봐야지”라고···.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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