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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확 줄인다던 도로포장 기술, 7년째 외면받는 이유는

입력 : 2019-03-11 08:02:49 수정 : 2019-03-11 08: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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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최악·최장의 미세먼지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유해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도로포장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해놓고서 7년째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련 학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과거 국토해양부 시절인 2012년 2월 보도자료를 내고 아스팔트 도로포장 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황산화물 등 유해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중온 아스팔트 포장공법'을 도로 건설이나 유지보수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를 포장할 때 사용하는 160∼170도의 고온 아스팔트 혼합물 대신에 이보다 저온인 130∼140도로 생산되는 아스팔트 혼합물을 쓰게 되면 유해가스 배출을 35%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 홍보자료의 취지였다.

당시 정부는 아스팔트 혼합물 생산 과정에서 연간 8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이산화탄소를 약 30만t 저감해 소나무 6천만 그루의 식목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쏟아냈다.

정부는 앞서 2005년 신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에 들어갔고 2010년에는 이와 관련한 도로포장 시공 지침과 국가 기준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7년이 흐른 지금 중온 아스팔트 시공 기법은 사실상 사장된 상태다.

국토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약 3천만t의 아스팔트를 도로포장에 사용하는 데, 이 중에서 중온 아스팔트는 20~25만t으로 전체의 1%도 안 된다.

정부가 직접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친환경 도로포장 기술이 왜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걸까.

국회에서는 그동안 외면받은 중온 아스팔트 시공 기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지난 6일 열렸다. 하지만 토론회 논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복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쪽에서는 이 기술이 도로포장에 활용될 정도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고 경제성도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낮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정부와 발주청이 적극적으로 기술을 활용하면서 육성하려고 노력했다면 기술 축적과 함께 검증도 이뤄지고 단가도 자연스럽게 낮아지는 등 생태계가 조성됐을 것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하지만 그럴 경우 여전히 이 기술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재반박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아직 이 기술은 고속도로 포장과 관련해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결함 가능성 때문에 함부로 적용하기 어렵다"며 "마침 공사 연구원에서 검증 연구를 올해 1월 착수했으니 그 결과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설기술연구원의 황성도 박사는 "해외에서는 이 기술이 친환경 도로포장 공법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며 "미국은 우리보다 1년 늦은 2006년 연구에 착수했지만 지금은 도로포장의 40% 이상으로 중온 기법 비율을 높였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 박사는 "중온 포장 기술은 이미 국제적으로 성숙화된 기술"이라며 "이제는 법으로 중온 기법을 활용하도록 규정을 만드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중온 포장 기술을 의무적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환경부 등 여러 부처 간 조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2012년 이후 중온 아스팔트와 관련한 발주를 냈는데 업계의 호응도가 높지 않았고 발주청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발주도 하지 않게 된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중온 아스팔트 활용을 늘려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이 이뤄지면 적극적으로 발주하고 단가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기술이 그동안 사장된 데에는 정권에 따라 정책 목표가 바뀌고 부처들의 주력 정책도 수정되는 풍조가 한몫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토해양부가 이 기술을 적극 도입하기 위해 기준을 만들고 홍보에 몰두한 것은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진했던 이명박 정권 때였다.

2013년 '창조경제'를 내세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녹색성장은 들어설 데가 없어졌고, 자연스럽게 도로포장에서 굳이 더 비싸고 검증도 되지 않은 신기술인 중온 아스팔트 기법을 쓸 이유가 사라졌다.

복수의 관계자는 "중온 기법이 쓰이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나 발주청 등에서 아무도 이를 신경 쓸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토론회를 주관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온 도로포장 기법을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조달청과 국토부 등을 통해 권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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