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의 꿈이 아쉽게 좌절된 ‘벤투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선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본격 출항한다. 다만, 지난해 8월 파울로 벤투 감독 취임 후 불과 5개월 만에 나섰던 아시안컵과 달리 이번에는 긴 호흡이다. 9월 시작하는 월드컵 2차 예선부터 함께 발을 맞추며 점점 성장한 뒤 3년 후 최고 전력을 갖춘 팀을 만들어야만 한다. 이 장기전의 첫 작업이 시작됐다. 대표팀의 중추를 이루는 중원부터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시작된 것. 벤투 감독은 1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22일 볼리비아, 26일 콜롬비아 등 두 차례의 3월 A매치에 나설 27명의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10년 가까이 중원을 책임진 기성용(30·뉴캐슬), 구자철(30·아우크스부르크)이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택한 만큼 이번 소집명단은 새 피 수혈이 불가피했다. 벤투 감독은 미드필더 13명 중 3분의 2에 가까운 8명을 25세 이하로 선발하며 세대교체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드필더진의 평균 나이도 아시안컵 최종명단 때의 27.1세에서 24.5세로 확 낮아졌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스페인 라 리가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19·발렌시아)과 백승호(22·지로나)의 발탁이다. 이강인은 지난해 10월 스페인 국왕컵 32강 1차전을 통해 데뷔하며 역대 한국인 최연소 유럽 1부리그 데뷔 기록(만 17세253일)을 경신했고, 백승호도 지난 1월 라 리가 무대를 밟는 데에 성공했다. 두 선수 모두 최근 소속팀 포지션 경쟁이 치열해 출장기회를 못 잡고 있지만 벤투 감독은 이들을 과감히 발탁했다. 벤투 감독은 “기본적으로 능력이 되기 때문에 뽑았다”면서 “이들을 여러 차례 관찰했다. 대표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호주 원정에 소집했으나 아시안컵 때는 부르지 않았던 이진현(22·포항), 김정민(20·리퍼링)과 부상으로 아시안컵 합류가 좌절됐던 나상호(23·FC도쿄) 등 젊은 피도 재발탁했다. 여기에 기존의 황인범(23·밴쿠버), 이승우(20·엘라스 베로나) 등까지 포함해 대표팀 중원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게 됐다.
1년여 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권창훈(25·디종)도 젊어진 중원의 중요 카드다. 지난해 5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된 그는 긴 재활을 거쳐 지난해 12월 성공적으로 복귀해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늘려가고 있다. 유럽리그와 대표팀 등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선수인 만큼 100% 컨디션만 찾는다면 20세 초반 선수들을 이끌 키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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