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내 폭행으로 시작한 ‘버닝썬 사건’이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의 범죄 혐의 등 인화성이 강한 사건으로 번지면서 급기야 검찰과 경찰의 최대 관심사인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문재인정부 들어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던 경찰은 버닝썬과 승리·정준영 사건과 관련 일부 경찰의 유착설이 터지며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경찰이 철저한 수사와 관련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을 밝히며 명예회복에 나선 배경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범죄와 불법을 뿌리뽑아야 할 경찰에 대해 유착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국민이 크게 걱정하는 것에 대해 경찰 책임자로서 국민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해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부담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철저한 수사를 했다고 자신해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전·현직 경찰이 연루된 새로운 유착의혹이나 비리혐의를 밝혀낸다면 경찰에 대한 부실수사 비판이 거세지고 신뢰는 바닥으로 처박힐 수 있어서다. 아울러 검경수사권 조정에 우호적이던 여론도 ‘이런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쪽으로 흐름이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를 쥔 국회에서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지지하기 보다 부정적인 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무소불위 검찰권의 폐해를 걷어낼 마지막 기회’라는 명분과 여론 앞에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과정에서 밀린 검찰로선 꽃놀이패를 쥐게 되는 셈이다. 이번 사건 수사를 놓고 경찰에 비해 부담은 적으면서도 경찰을 코너로 몰 기회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의뢰한 승리의 성접대 의혹과 경찰 유착 의혹에 관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지난 11일 권익위가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지 사흘 만이다. 배당된 사건의 수사 방식이나 시기는 중앙지검이 결정하게 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경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이후 검찰에서 재조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번 사건은 당초 버닝썬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 조사 과정에서 버닝썬 측과 사건을 관할하는 서울 강남경찰서 간 유착의혹이 불거지면서 서울경찰청이 직접 나섰다. 그러나 승리에 이어 등장한 정준영이 과거 비슷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쉽게 처벌을 피해간 점이 부각되고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이란 직책까지 언급되면서 경찰 유착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다만 ‘경찰총장’은 실재하지 않는 직책이어서 대화 주체가 경찰청장이나 검찰총장을 혼돈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일단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은 즉각 “승리와는 일면식도 없다”고 경찰청장 연루설을 일축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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