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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초 빨리 가려 30년 나무를 베는 게 말이 되나"...비자림로 벌목 재개 논란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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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3-24 06:00:00 수정 : 2019-03-23 21: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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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 훼손 논란으로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재개된 23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공사현장에서 한 시민이 몸으로 전기톱을 껴안으며 오열하고 있다. 독자제공

산림 훼손 논란으로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공사가 23일 다시 시작됐다. 약 7개월 만이다.

 

제주도는 이날 건설업체 인력 20여명을 투입,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제2대천교 인근 숲에서 중장비 진입로를 내는 벌채 작업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삼나무 등 크고 작은 나무 300여 그루가 베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숲을 이뤘던 나무들이 쓰러져 있다. 독자제공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왕복 2차로인 지방도 1112호선(대천~송당) 2.94km 구간을 4차로로 확장·포장하는 사업이다. 이 공사는 지난해 8월 난개발과 경관 훼손 등을 우려하는 반대여론에 부딪히면서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제주도는 지난 18일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 방침 보완 설계가 마무리됨에 따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도가 발표한 보안설계안은 도로건설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누고 주변 목장 터에 2차로를 신설해, 삼나무 수림 경관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도로여건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도는 벌채 면적이 애초 4만3467㎡에서 2만1050㎡로 총 2만2417㎡(51.6% 감소)로 대폭 감소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나무가 밀집된 3구간은 원래계획대로 벌채가 진행된다”면서 “실제 훼손되는 수목량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반론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9일 공사 현장에서 벌목이 예정된 삼나무를 끌어안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9일 공사현장에 모여 24시간 모니터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업비 242억원이 책정된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제주도 교통정보센터 통계정보에 따르면 도로확장 공사 구간을 포함하는 대천동사거리(대천교차로)~송당사거리의 상·하행선 일평균 통행속도는 올해 1월1일부터 3월22일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평균 시속 50㎞/h를 웃돌며 ‘소통원활’을 기록했다. 도로를 넓혀 차량정체를 해소한다는 사업 골자가 무색해지는 지점이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의 윤경미(49) 회원은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넓혀 평균 시속을 10㎞/h 높인다고 가정했을 때, 약 20초의 시간 단축 효과가 기대할 수 있다”면서 “20초를 위해 30년생 나무 2000여 그루를 베고, 200억원 넘는 예산을 쓰는 게 타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비자림로 가장자리에 설치된 ‘나무 얼굴’ 현수막. 잘려나갈 운명에 놓인 나무의 얼굴을 표현했다. 지난 2월 250여명의 시민들이 ‘삼나무와 제주 자연을 지키자’는 뜻을 모아 마련했다.

비자림로 공사에서는 도로확장의 타당성 여부가 가장 큰 쟁점인데도, 삼나무의 가치성 논쟁으로 번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주도는 비자림로 확장공사 개선안에서 “기존 삼나무 수림은 삼나무가 보존가치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일부를 솎아내 제주 고유종인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수종을 교체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구상에 더 필요하고 덜 필요한 나무라는 건 있을 수 없다” 김태일 제주대 건축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나무를 경제적 가치로 판단해선 안 된다”면서 “삼나무를 포함하는 수목이 조화롭게 만들어내는 경관은 제주가 가진 특별함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영상 하상윤 기자 jony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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