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경기도 안산에서는 ‘추모식’과 ‘기억식’이 열렸다. 5년 전과 마찬가지로 학교 앞 도로가 활짝 핀 벚꽃 사이로 차분하지만 ‘그날을 잊지 말자’는 다짐이 배어 나왔다.
이날 오전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서는 재학생들이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노란 리본’으로 가슴 한쪽에 자리한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을 기렸다. ‘다시 봄, 희망을 품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 날 행사에서 사회자로 나선 김민희(3년·부회장)양은 “2014년 4월 16일, 그 날도 오늘과 같이 꽃이 만개한 따스한 봄이었지만 그 당시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한없이 차가운 겨울과도 같았다”며 “어느덧 시간이 흘러 5주기가 되었지만, 아직도 진실은 수면 아래 머무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자리가 세월호 희생자분과 유가족분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환하게 비추어 준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건 잊지 않는 것”이라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며 추모할 것을 다짐했다.
추도사에 나선 ‘4·16가족협의회’ 전명선 전 운영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후 사람들이 저에게 세월호를 물으면 ‘망가진 가정’이라고 표현해 왔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새로운 희망’이라고 말한다”며 “세월호 이후 변화된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아픈 기억은 잊고 좋은 기억만 남긴다고 한다. 여러분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프다’, ‘슬프다’는 기억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세월호 참사는 권력 장악에만 눈이 멀었던 부도덕한 사회와 어른들이 만든 범죄행위였다고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노란 리본을 만들고, 사고 당시 2학년 교실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안산교육지원청 내 ‘기억교실’을 찾아가는 등 희생자들을 기리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단원고는 이날 세월호 참사 추모를 위해 단축 수업을 했다.
오후에는 정부 합동분향소가 있던 화랑유원지 제3 주차장에서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재단 주관으로 희생된 261명의 교사와 학생들을 추모하고 안전사회를 염원하는 ‘기억식’이 열렸다. 기억식은 오후 3시 추모 사이렌 취명을 시작으로 희생자 추모 묵념, 추도사, 기억 공연, 추도시 낭송, 기억 영상 상영, 기억 편지 낭송, 기억 합창 등 순으로 진행됐다. 기억식에는 희생자 유가족을 비롯해 윤화섭 안산시장, 유은혜 교육부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과 시민 5000여명이 참석했다.
수원=김영석 기자 lovek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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