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방화 살인 사건 이후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정신분열증에서 2011년 이후 명칭이 바뀌었으며, 정신의학에서는 그 원인이 복합적이기는 하나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보고 신경전달물질 조절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물학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병명이라고 한다. 조현병은 환각이나 환청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데 영국의 모더니즘 작가인 버지니아 울프도 이 병으로 환청에 시달렸다고 전해지며,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수학자 존 내시는 환각 증상으로 30여년간 정신병원에 다녔다고 한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감독 론 하워드)는 존 내시의 전기영화다. 조현병 환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는 대부분 인물의 시각으로 영화를 진행하기 때문에 조현병이라는 것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영화 역시 전반부에서는 프린스턴 대학원에서의 괴짜 천재 내시(러셀 크로)가 ‘내시 균형이론’을 찾아내는 과정이 전개된다. 그가 어떻게 대학교수가 되었으며, 제자였던 알리샤(제니퍼 코넬리)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어떻게 결혼생활을 하는가를 시간순으로 그리고 있다. 한편으로 정부 비밀요원 윌리엄 파처(에드 해리스)와도 만나 소련의 암호 해독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투입되기도 한다. 후반부에 가서야 그의 조현병이 밝혀진다. 내시는 파처뿐만 아니라 대학원 시절 룸메이트로 내시의 심경을 가장 잘 이해해주었던 찰스(폴 베타니), 그의 조카인 미사까지 환각 증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혹독한 치료과정 후에도 이들은 내시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후 내시가 환각 증상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지, 아내 알리샤가 힘든 고통 속에서도 그의 치료를 위해 어떻게 눈물겹게 노력했는가가 그려진다.
영화를 통해 조현병 증상 호전에는 본인의 치열한 노력과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 감동적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내시는 상당히 다행스러운 경우이고 대부분의 실제 조현병 환자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조현병 환자는 1%가 된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쉬운 현대를 살아가는 개개인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또한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인식과 관리 및 지원정책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가져야 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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