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또 마이너스 성적표를 기록했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88억570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2% 줄었다. 작년 12월 이래 5개월째 이어진 감소 행진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이 악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실제로 반도체는 작년 동기보다 13.5%나 줄었고 대중 수출은 -4.5%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2월(-11.1%), 3월(-8.2%)에 비해 감소 폭이 둔화됐지만 결코 안심할 계제가 아니다. 수출 부진의 이면에는 대중국 수출 편중 현상과 산업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작성한 ‘한국 제조업의 중장기 추세 분석’ 보고서를 보면 반도체, 가전,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휴대전화 등 13개 주력업종 가운데 호조를 보이는 것은 반도체와 가전뿐이었다. 2012년 이후 제조업이 쇠락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게 보고서의 결론이다. 그런 상황에서 올 들어 반도체와 가전제품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지경이다. 미래 먹거리인 4차 산업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9개 신산업을 비교했더니 모든 분야에서 미국에 뒤처졌고, AI 등 6개 분야에서는 중국보다 경쟁력이 낮았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2단계 수출활력촉진단을 가동해 현장에서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고 수시로 직접 수출현장을 방문해 수출기업을 격려하겠다”며 “수출활력 제고를 위해 이번 추경에 편성된 3233억원을 조속히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껏 내놓은 수출 부진 타개책이 기업 방문과 혈세 투입인가. 이런 근시안적 대책으로는 백년하청일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제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대외환경 변화에 대한 취약성도 함께 커졌다”고 경고했다. 수출을 활성화하려면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주력 산업의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신산업 분야에서 과감한 규제개혁과 기술혁신이 뒤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근로자의 날을 맞아 “노동존중 사회는 우리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라고 했다. 하지만 기업이 살아남아야 근로자가 있고 사용자도 있다. 기업이란 숲은 보지 않고 노동의 나무만 봐선 안 된다. 정부 정책이 친기업으로 전환돼야 산업 경쟁력이 살아나고 수렁에 빠진 수출의 활로도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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