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판단한 노동가동연한이 바뀌면서 보험금 산정에서부터 업무 재해 등에서 오는 손해배상액 산정 등 사회 각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우리와 살을 맞대고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여전히 1998년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의 노동연한과 손해배상금 산정을 하고 있다. 불법체류자 신분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사망할 경우 그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노동가동연한과 임금을 최대 3년으로 산정하고, 이후의 노동에 대해서는 외국인 노동자의 본국을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98년 기준 2,3년 한국 노동만 인정되는 불체자들
1998년 이후 우리 대법원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노동연한을 통상 체류기간에 한정해 산정했다. 이후에 피해자가 받을 수 있었던 노동의 대가에 대해서는 본국의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고 있다.
1995년 교통사고로 숨진 아파트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인 중국동포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단기 상용 입국 비자를 받고 불법체류하거나, 밀입국으로 불법체류하는 중국인 조선족의 체류기간을 통상 2년으로 봤다.
대부분의 하급심 법원들은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외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노동연한을 바라보고 있다. 2016년 법원은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벽이 붕괴하는 바람에 골절 상해를 입은 중국인에게 업체는 16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 측은 방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입국했기 때문에 2018년까지 비자 연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의 체류 기간을 3년으로 판단했다.
법원은 대다수 이주노동자 비자의 국내 체류 가능 기간을 2~3년으로 보고 있다. 이후에는 본국의 최저임금 등 수입으로 계산한다.
피해자에게 있어 법정에서 언제나 논란이 되는 것은 국내 체류 가능 기간을 얼마로 보는지다. 여전히 중국과 동남아시아의 경우 한국보다 임금이 적어 국내 체류 기간을 길게 볼수록 배상 액수가 늘어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임금이 높을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불법체류자들이 대부분 중국와 동남아시아 등 우리보다 임금이 적어 한국에 온 경우라는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입국 목적, 본인 의사, 체류 자격 유무, 체류 기간 연장 개연성, 취업 현황 등을 두루 고려해 한국 체류 기간을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증가하는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 변화 필요성
물론 합법적으로 체류하거나 귀화한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내 취업 외국인이 늘어난 만큼 불법체류 중인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겪는 산업재해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외국인 노동자들의 보상금 산정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불법체류자는 35만5126명으로 41.4% 급증했다. 과거 한 해 동안 불법체류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게 4만2000여명(2017년)인데 지난해에는 10만4000여 명 늘었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주노동자 산재 사고도 해마다 증가세다. 고용노동부가 밝힌 이주노동자 사망자를 포함한 재해자 수는 지난 2013년 5586명(사망자 88명), 2014년 6044명(사망자 85명), 2015년 6449명(사망자 103명), 2016년 6728명(사망자 88명)이다. 2017년에는 전체 재해자수는 다소 줄었지만, 사망자가 늘었다. 지난해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107명이고, 사망자를 포함한 전체 재해자수는 6302명으로 집계됐다.
합법적인 이주노동자들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소리조차 못내는 불법체류자들의 사정을 감안하면 불법체류자들이 겪는 산업재해도 증가추세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최준현 YK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가동연한을 65세로 늘린 것은 현실을 잘 반영한 현실적인 판례”라면서도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의 경우 1998년 대법원 판례를 기준으로 한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2,3년 정도로만 보고 이후에는 본국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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