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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동요 ‘어른들은 몰라요’에 어째서 울컥했을까?

입력 : 2019-05-05 13:49:46 수정 : 2019-05-05 13: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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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저한테 하는 말 같아서 듣다가 울컥했어요.”

 

“어렸을 때는 이렇게 가사가 슬프다는 걸 왜 몰랐을까요?”

 

“수십년이나 지나고야 가사 의미를 알았네요.”

 

“아이에게 노래 불러주다가 눈물 나오는 것을 참느라 혼났어요.”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모들의 이러한 반성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줄을 이었습니다. 기억에 남은 흥겨운 멜로디를 따라 불렀는데, 동요 가사가 마치 우리 아이가 내게 하는 말 같아서 미안했다는 반응입니다. 어떤 동요기에 그러냐고요? 1988년 탄생한 ‘어른들은 몰라요’ 이야기입니다. 가사가 기억나지 않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노래를 살펴볼까요?

 

◆장난감과 예쁜 옷이면 그만인가요…30년 전에도 있던 아이의 호소

 

“우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우리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장난감만 사주면 그만인가요/예쁜 옷만 입혀주면 그만인가요/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마음이 아파서 그러는 건데/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따뜻하게 감싸주세요.”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른들은 몰라요/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어른들은 몰라요/귀찮다고 야단치면 그만인가요/바쁘다고 돌아서면 그만인가요/어른들은 몰라요, 아무 것도 몰라요/함께 있고 싶어서 그러는 건데/언제나 혼자이고 외로운 우리들을/따뜻하게 감싸주세요.”

 

가사는 자신에게 공감하고 다가와 줄 부모이기를 바란다는 아이 호소로 풀이됩니다. 30여년 전에도 이런 동요가 있었다니 참 놀랍네요. 부르다 울컥했다는 부모들도 “우리가 같이 있어 주는 걸 더 원하는 것 같다”는 공통된 반응을 내놓습니다. 부모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돌이키게 됐다는 누리꾼 이야기도 들립니다.

 

 

◆하루 13분 가족과 대화하는 아이, 그래도 집에서 가장 행복하다네요

 

아동복지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아이들이 하루 중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평균 ‘13분’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쉬는 시간과 비슷한 수준에서 가족은 어떤 대화를 할 수 있었을까요? “밥 먹었니”라는 말은 할 수 있어도 오늘 있었던 일을 두고서 깊은 대화를 나눌 시간은 아닐 것입니다.

 

재단은 우리나라 부모가 미취학 아동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4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0분)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특히 아버지가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6분에 불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가 아이와 매일 대화를 나눈다고 응답한 비율(약 54%)도 OECD 국가 평균(70%)과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들은 ‘화목한 가정’을 행복을 위한 조건 1위로 꼽았습니다. 평소 행복을 느끼는 장소 1위도 집이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집과 화목한 가정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선물도 중요하지만…평소 아이에게 ‘관심’도 기울여주세요

 

어린이날은 유통업계가 크리스마스와 함께 ‘완구 매출 상위권’으로 꼽는 시기입니다. 이날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고 재밌는 곳에 데려가 노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는지 듣는 시간을 평소에도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요? 혹시 압니까? 우리 아이가 속으로 ‘어른들은 몰라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죠. 동요 부르던 부모들이 울컥한 이유 중 하나도 ‘우리 아이의 외침을 놓친 건 아닐까’하는 죄책감이었을 겁니다.

 

‘어른들은 몰라요’와 비슷한 동요 하나를 더 남겨봅니다. 부모에게 직접 말하지 못하는 아이 바람 같습니다. 동요는 단지 발랄한 노래라 생각했는데, 어른이 눈치채지 못하는 아이의 속마음을 많이 담은 것 같아서 새삼 가사 만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게 됩니다.

 

#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나는 네가 좋구나/파란머리 천사 만날 때는/나도 데려가 주렴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영어도 하면 바쁜데/너는 언제나 공부를 하니/말썽쟁이 피노키오야

 

우리 아빠 꿈속에/오늘 밤에 나타나/내 얘기 좀 잘 해 줄 수 없겠니

 

먹고 싶은 것이랑 놀고 싶은 것이랑/모두 모두 할 수 있게 해줄래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장난감의 나라 지날 때는 나도 데려가 주렴 

 

숙제도 많고 시험도 많고 할 일도 많아 바쁜데/너는 어째서 놀기만 하니 청개구리 피노키오야 

 

우리 엄마 꿈속에 오늘 밤에 나타나/내 얘기 좀 잘해 줄 수 없겠니 

 

먹지 마라 살찐다 하지 마라 나쁘다/그런 말 좀 하지 않게 해줄래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나는 네가 좋구나/파란머리 천사 만날 때는/나도 데려가 주렴

 

학교 다니고 학원 다니고/독서실 가면 바쁜데/너는 어째서 게으름 피니/제페트의 피노키오야

 

엄마 아빠 꿈속에/오늘 밤에 나타나/내 얘기 좀 잘해 줄 수 없겠니

 

피노키오 줄타기 꼭두각시 줄타기/그런 아이 되지 않게 해줄래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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