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상훈 사장 '방문조사' 관련 "이례적이다" / “방 사장과 장자연 간 연결고리 찾을 수 없어”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지난 2009년 배우 고(故) 장자연 사건을 수사할 당시 조선일보 측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재판에서 증언했다.
조 전 청장은 지난 8일 조선일보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이모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집무실로 찾아와 ‘우리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조선일보와 붙자는 거냐’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했다.
조 전 청장은 앞서 지난해 7월 방영된 MBC 시사 프로그램 ‘PD수첩’과 인터뷰에서도 장자연 사건 수사 당시 조선일보 측으로부터 압력과 협박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이 전 부장이 당시 조 전 청장을 만난 사실이 없고 협박하지도 않았다며 MBC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조 전 청장은 재판에서 당시 조선일보의 압력과 관련, “살면서 가장 충격 받았던 사건 중 하나”라며 “당황스러워 ‘우리 경찰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나’라고 이야기했고, 저 때문에 ‘이명박 정부 퇴진’과 같은 이야기까지는 나와선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챙기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진술했다.
조 전 청장은 또 당시 경찰이 사건의 주요 관련자인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하자 조선일보 측에서 ‘관련도 없는데 굳이 조사해야 하느냐’고 했고, 이어 방문 조사 요청에도 ‘안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부장으로부터 그와 같은 발언을 듣고 대통령과 전혀 관련도 없는 사건을 갖고 경기경찰청에서 사건 처리를 잘못해 정권 퇴출, 퇴진 운운하는 식으로 부담을 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당시 조선일보 부국장과는 40년 이상을 알고 지내 아주 가까운 사이”라며 “수사 기밀을 제외하고 상당히 깊은 이야기까지 파악하고 있는 부분을 알려줬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방 사장이) 경찰관서에서 조사를 안 받고 경찰이 서울까지 진출해 직접 조선일보로 찾아가 조사한 것 같다”며 “굉장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걸 보면 시각에 따라 충분히 협박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 전 청장은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장자연 사건과 관련한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사람이 방 사장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 사장과 장자연 간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이 전 부장은 “증인(조 전 총장)과 통화한 기억이 없다”며 “당시 취재 경쟁이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수사 대상인 신문사의 사회부장이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조 전 청장의) 집무실을 찾아가 최고위 간부를 만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지 않느냐”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7월3일 열린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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