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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취임사도 좌지우지…朴 전 대통령 “예예예” 따르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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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17 20:37:23 수정 : 2019-05-19 2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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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정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친 정황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17일 공개됐다.

 

시사저널은 이날 홈페이지에 최씨가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에 개입한 증거라며 90분 분량의 ‘박근혜·최순실·정호성 비선 회의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해당 녹음파일에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서울 모처에서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고, 이 과정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실무진이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어보고 “팩트가 있어야지”라며 준비된 초안들이 “다 별로”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임사 초반부에 들어간 복지 정책 부분을 읽은 뒤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며 한숨을 쉬었다.

 

또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화를 냈다.

 

최씨는 박근혜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에 대해서도 정 전 비서관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최씨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고 취임사에 들어갈 문장을 불러줬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그게 핵심이에요”라고 맞장구쳤다. 

 

녹음 파일에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끊는 상황도 담겼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창조경제는 결국 사람을 키우는 거란 거죠. 왜냐면 창의력과 아이디어와”라고 말하는 도중 “그렇지, 경제를 잘하려면 아이디어와 사람을 키워야”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 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가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며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예예예”라고 대답했다.

 

최씨는 정 전 비서관에게 호통도 쳤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정 전 비서관이 듣기만하자 “좀 적어요”,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심리중이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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