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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 변화와 습지의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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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5-27 20:59:56 수정 : 2019-05-27 20:5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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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는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의 서식지이자 홍수조절, 기후완화, 심미적 기능 등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의 하구습지는 철새의 이동경로로서 전 세계적인 중요성을 가지며, 산지습지는 물을 필요로 하는 생물에게 깊은 산속 옹달샘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낮은 지대의 습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대한 계기는 람사르협약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 협약에 가입한 이래 현재 16개의 내륙습지와 7의 연안습지를 람사르습지로 등록했다. 그리고 습지보호지역으로 환경부에서 24개소, 해양수산부에서 13개소, 시도지사가 7개소를 지정했다. 또한 습지보전법을 제정해 국가가 습지를 보전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3차에 걸친 습지보전기본계획이 제정됐으며, 2018년부터 ‘습지 조사 선진화’, ‘습지 보전 및 관리 강화’, ‘현명한 이용 체계 구축’, ‘국제협력 강화’라는 4가지 목표 아래 11개의 추진과제를 설정해 습지보전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재근 서울대 교수·생물교육학

그러나 지난 20년간 습지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과소평가로 인해 많은 습지가 다른 용도로 개발돼 습지면적의 61%가 감소했다. 습지의 중요성이 강조됐던 최근에도 지난 3년간 74곳의 습지가 소실되고 91곳은 면적이 감소됐다. 그 원인은 주로 경작지로 이용하거나 도로와 같은 시설물 건축 등 인위적 요인이었다. 자연적인 요인에 의해 습지가 초지나 산림으로 변한 경우는 10%에 불과하지만,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산지습지는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습지가 기후 변화에 민감한 것은 습지의 유지와 특성이 물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는 기온 상승, 기온과 강수량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을 가져온다. 습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주 비와 눈이 내리는 것이 좋으나 많은 양의 비가 내리지만 한 번에 내리는 경우 습지가 그 물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 가뭄 기간이 길어지면 습지의 물이 말라 습지 의존적인 생물이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 산지습지의 경우 가뭄이 들 경우 멸종위기종인 꼬마잠자리나 자주땅귀개 등의 생물이 살아남지 못하고, 습지의 식물 생산량이 줄어 다른 동물과 미생물의 먹이가 줄어들게 된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인해 빙하가 녹게 되고, 이것은 해수면을 상승시켜 많은 연안습지가 사라지게 돼 많은 어패류를 얻는 갯벌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습지를 효율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국제협약 등 국제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후변화에 중점을 두고 있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에 SDG6(물과 위생), SDG11(지속가능한 도시와 커뮤니티), SDG13(기후변화 대응) 등 습지와 물의 연관관계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습지가 줄어들고 훼손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습지의 가치와 중요성이 저평가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므로 습지를 보전하고 복원하기 위해서는 습지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습지가 가지는 공급, 조절, 문화, 지지 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다양한 과학적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도시화 및 기후 변화로 인한 습지 훼손의 가능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습지를 평가, 감시, 조성, 복원, 미래 예측을 위한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하며,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정부의 정책이 실현될 때 기후 변화에 민감한 습지의 보전이 이루어질 수 있다.

 

김재근 서울대 교수·생물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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