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제주 전 남편 살해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의 재혼한 현 남편 A씨(37)이 “고유정이 평소 친양자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다”고 말했다.
고유정은 그가 지난달 살해한 전 남편 강모(36)씨와 사이에 6살 난 친아들을 두고 있다. 고유정의 의붓아들이 지난 3월 질식사 소견으로 사망한 가운데 고유정은 현재 자신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유정이 친아들을 민법상 ‘친양자 제도’를 이용해 양자로 입양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망한 강씨의 법정 동의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CBS는 20일 A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컴퓨터 검색에 빠삭한 고유정이 뭘 검색해서 내게 전송해줬다”며 “그때 친양자 입양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당시 고유정에게 친양자 제도를 활용하려면 어쨌든 전 남편(강씨)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했다”면서 “그런데도 고유정은 (친양자 입양을) 밀어붙여야 한다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밝혔다.
2008년부터 1월 1일부터 호주제가 폐지되고 호적 대신 ‘가족관계등록부’가 도입되면서 시행된 친양자 제도(민법 제908조의2부터 제908조의8)는 재혼 부부의 자녀들이 일정 조건을 갖추면 친생자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되는 제도다.
생활법령 중 ‘입양’에서 ‘친양자의 입양’이 제공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친양자 입양’의 경우 이전 친부모와 관계가 완전히 소멸하고 법률상 양부모가 친생자와 같은 지위를 보장받게 된다. 이 법의 ‘양부모의 자격요건’에 의하면 ▲3년 이상 혼인 중의 부부(법률혼)로서 공동으로 입양할 것 ▲1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의 일방이 그 배우자의 친생자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경우 ▲친양자로 될 사람의 친생부모가 친양자 입양에 동의해야 한다.
‘친양자의 입양’에는 부속조항이 달렸는데 ▲부모가 친권상실의 선고를 받거나 소재를 알 수 없거나 그 밖의 사유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의 입양승낙으로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그 밖의 사유는 ‘의식불명’ 혹은 ‘장기간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 ‘장기간 행방불명인 경우’ 등을 의미한다.
또한 법정 대리인의 동의 혹은 승낙 없이 입양의 청구가 가능한 경우는 ▲친생부모가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3년 이상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면접교섭을 하지 않은 경우▲친생부모가 자녀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친 경우다.
고유정은 강씨와의 친아들을 친양자로 입양하기 위해선 반드시 전 남편인 강씨의 법적 동의가 있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족이 지난 17일 공개한 강씨의 양육비 송금 기록에 의하면 두 사람은 2017년 4월 이혼했다. 당시부터 올해 4월까지 매달 40만원씩 총 1000만원 가량의 양육비를 꼬박꼬박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 유족에 따르면 강씨는 이혼 초기 양육비를 보내도 고씨가 아이를 보여주지 않자 일시적으로 양육비를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1개월치인 440만원을 한 번에 보냈고 이후 양육비를 꼬박꼬박 송금했다.
MBC ‘실화탐사대’ 유해진PD는 지난 12일 방송분에서 "강씨가 고유정에게 양육권이 넘어갔지만, 양육비는 굉장히 성실하게 보내줬다”며 “주변에서 ‘아이를 보여주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계속 양육비를 꼬박꼬박 보내주느냐’는 말이 나오면 강씨는 ‘지금 당장 (아들을) 볼 순 없지만, 나중에 만나더라도 떳떳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고 했다고 하더라”고 취재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강씨는 고유정이 지속적으로 아들을 보여주지 않자 법원에 면접 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 만에 아들에 대한 면접 교섭권을 얻어 냈다.
이를 종합해 볼때 강씨는 ‘친양자 제도’에서 ‘3년 이상의 면접 교섭권 행사 없음’, ‘장기간 양육비 미지급’ 등의 동의 없이 승낙 가능한 경우의 조건에 모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고유정의 친아들 양자 입양에 대한 동의권을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
고유정은 친아들에 대한 친양자 입양을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중앙일보에 따르면 고유정은 친아들과 사망한 의붓아들이 청주시내에서 함께 다닐 어린이집을 A씨와 함께 알아보며 “두 아이의 성(姓)을 같게 표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중앙일보에 “고유정 부부가 ‘조만간 개명을 해서 고유정 친아들의 성을 바꿀 것이니 게시판에 기재되는 아들의 이름을 A씨 성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무인 펜션에서 아들을 만나러 강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최소 3곳 이상 장소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손괴·은닉)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구속됐고 12일 검찰에 송치된 후 재판에 넘겨졌다.
강씨와 아들과 2년 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고유정의 범행일이었다.
한편 고유정은 의붓아들 사망사건에도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중이다. 고유정은 2017년 11월 A씨와 재혼했다. A씨에겐 그의 전처와 본 5세 의붓아들이 있었다. 이 의붓아들은 지난 3월 제주 조부모 댁에서 온지 이틀 만에 질식사 소견으로 사망했다. 사고 당일 A씨는 의붓아들과 함께 잠을 잤고, 고유정은 다른 방에서 떨어져 잤다. A씨는 “아이와 함께 잠을 잤는데 깨어보니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졸피뎀 등 약물은 검출되지 않았고 외상 등의 별다른 흔적도 없었다.
A씨는 고유정의 전 남편 살해사건이 알려진 이달 초 제주지검 등에 고유정과 의붓아들 사망사건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며 사망 원인을 재수사 해달란 취지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의붓아들 사망은 청주상당경찰서에서 전담해 왔다. 제주지검이 수사에 직접 나서거나 동부경찰서로 지휘할 경우 이미 확보된 증거물을 토대로 추가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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