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0.39점 차이로 기준점(80점)을 넘지 못해 교육부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될 수도 있는 전북 상산고를 둘러싼 대립이 날카롭다. 학교 입장을 고려해서 그나마 후하게 점수를 줬다는 전북교육청과 달리, 학부모들은 전북교육청이 이미 ‘폐지’라는 방침을 세우고 불공정한 평가를 했다며 자사고 타이틀을 잃게 되면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북교육청, 불공정 논란에 “79.61점, 공정한 평가 흔적…후한 점수 줬다” 반박
정옥희 전북교육청 대변인은 2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몇 점이 감점됐다고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학교·교육과정 운영, 교원 전문성, 학교 재정 등에서 조금씩 점수가 쌓여 그 정도의 점수(79.61점)를 받았다”고 말했다. 절묘한 점수 탓에 일부러 떨어뜨리려 한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공정하게 매겨서 그 점수에 임박했다. 충분히 논란이 예상되어서 엄밀히 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학교 입장을 굉장히 많이 고려해서 후한 점수 줬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사회 통합 전형 대상자’ 선발 부문에서 박한 점수(4점 만점에 1.6점)를 받았다는 상산고 입장에 정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일반고 교육 역량 강화 정책을 펼칠 때, 이미 10%까지 비율을 올리면 좋겠다며 향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예고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학교는 4점 만점에 0점을 생각했겠지만, 한 단계 높은 점수로 상향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변인은 재학생에게 자사고 지위가 인정된다며,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신입생과 재학생 사이 문제에 대한 컨설팅 대책을 마련하는 등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타지역보다 10점 높은 기준 점수에 대해 “교육감의 재량”이라며 “80점을 높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산고의) 전북 지역 자사고 영향력과 지위 등을 생각한다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산고 학부모들, “아이들 분노, 허탈…어떠한 상의 없었다”
강계숙 상산고 학부모 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재지정 평가와 관련해 교육청이 사전에 학부모들과 상의하거나 설명하는 자리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이들은 분노·허탈감에 빠져 있다”며 “학부모들도 같이 분노한다”고 말했다. 재학생의 자사고 지위를 약속한 교육청을 믿을 수 없다며, 강씨는 일반고로 들어온 신입생과 자사고 재학생 사이 형평성 문제 등을 우려했다.
강씨는 전라북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지역과의 기준 점수(70점)와 다른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자사고 폐지 선봉장에 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회 통합 전형 비율에 대해서도) 지난해까지 공문이나 구두 요청이 없었다”며 “올해 평가를 앞두고서야 받았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자사고의 입시 명문 변질’이라는 부작용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교육청 방침은 ‘하향 평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좋은 입시 성적을 냈다는 이유로 공격한다면, 똑같이 성적을 못 내야 한다는 반문도 가능하다는 거다. 상산고의 자사고 재지정이 취소되지 않을 거라 확신한 강씨는 “(취소 시) 학교가 소송으로 간다면 이를 돕고, 반대 운동을 한다면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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