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전주 상산고, 안산 동산고가 지난 20일 각각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뒤 교육당국 측과 자사고 측의 치열한 여론전이 펼쳐지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가 직접 나서달라”며 자사고 재지정 취소와 관련해 교육부의 지원을 당부했다.
조 교육감은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진행하다보면 시·도 교육청 간 평가과정의 다양성이 평가의 공정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 나타나고 있다”며 “국회와 교육부가 고교서열화 해결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정부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론이 악화하자 교육청에 실질적인 책임을 넘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육감은 이날 보도된 본지 인터뷰에서도 ‘자사고 재지정 논란은 사실상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을 교육청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커트라인을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통일해주는 ‘정책적 책임성’을 담보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시·도 교육청 커트라인(70점)과 달리 전북교육청만 80점으로 커트라인을 높여 전주 상산고가 79.61점으로 재지정 취소 통보를 받은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인 김철경 대광고 교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내고 “자사고를 적폐라고 단정하고 말살시키려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 교장은 입장문에서 자사고가 입시 특권학교라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오히려 자사고에서 방과후수업 등을 통해 학업 부진을 보충하기 때문에 일반고 학생들이 사교육에 더 많이 의존한다”며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면접 또는 추첨으로 선발하는 서울형 자사고는 사교육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고 설명했다.
김 교장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평가 커트라인에 미치지 못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한 데 대해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일반고에도 자사고와 같은 수준의 자율성이 부여돼 있다면 같은 ‘후기선발고’로서 선의의 경쟁을 하도록 놔두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면서 “(조 교육감이 말한) ‘자사고가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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