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자율형사립고 일반고 전환’ 추진으로 교육계 반발이 커지자 교육당국이 ‘달래기’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 국가교육회의 김진경 의장은 11일 “의견이 다른 국민을 설득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평가점수 미공개로 ‘깜깜이 평가’ 비판을 받았던 서울시교육청은 뒤늦게 지정취소 통보된 자사고에 세부평가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김 의장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교육회의 주최 ‘청년세대 2030 미래교육 공동선언’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교서열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현 정부의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정책을 책임지는 이들은 절차적 합리성을 철저히 지키고 의견이 다른 국민을 설득하려고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데, 그 점에서 거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전주 상산고가 재지정 평가 탈락 통보를 받은 이후 각 시·도교육청을 향한 ‘부당 평가’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자사고에 자녀를 보냈거나 보내려는 학부모가 납득할 수 있게 이들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향후 국가교육회의에서 고교체제 개편 방향을 제시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내년에는 (자사고뿐 아니라) 특수목적고도 운영평가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질 것”이라며 “오는 10월 열리는 ‘한·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고교서열화 문제를 어떤 로드맵으로 풀어갈지 큰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교육회의는 정부 고교체제 개편 구상 3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자사고 법적근거 폐지 관련 대국민 의견수렴’을 담당할 예정이다. 교육 당국은 국가교육회의를 중장기 교육 개혁 방안을 설계할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해 올해 안에 출범시키려 했지만 여야 충돌로 국회가 공전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서울교육청은 지정취소를 통보한 서울 내 자사고 8개교에 평가지표별 점수 등을 공개하기로 이날 최종 결정했다. 교육청이 앞서 탈락한 자사고에 총점과 6개 영역별 점수, 평가위원 종합의견만 통보하고 32개 지표별 점수를 공개하지 않자 “왜 떨어진지 몰라서 청문 준비가 안 된다”는 자사고 측 반발이 이어져서다. 교육청 관계자는 “청문을 앞두고 학교의 방어권도 인정해주자는 차원”이라며 배경을 설명했다. 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은 오는 22∼24일 열린다. 8개 자사고는 세부평가내용을 받는 대로 학교별 비교 분석을 통해 불합리한 평가 사례를 취합하고 공동대응할 계획이다. 특히 ‘정성 평가’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해 교육청의 ‘자사고 죽이기’ 의도가 반영됐는지를 살펴보고, 교육부의 최종 동의권 행사 전에 ‘절차적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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