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3보궐선거를 앞두고 ‘경기장 지원유세’로 논란을 일으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해 검찰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프로축구 경남FC가 유세 일행을 막지 못해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이유로 한국프로축구연맹(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제재금 2000만원 징계 철퇴를 맞은 것과 정반대다. 운동장이 연설장소로 괜찮다는 공직선거법과 스포츠의 정치 중립성을 내세운 프로축구연맹 규정 사이에서 나온 엇갈린 판단이다.
◆‘축구장 유세’에 엇갈린 판단…황교안 불기소, 경남FC는 제재금 폭탄
22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김성훈 부장검사)에 따르면 황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며 시민단체 안전사회시민연대가 낸 고발을 지난 18일 각하했다. 각하는 무혐의나 ‘공소권 없음’ 등 불기소 사유가 명백한 경우 고소·고발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3월30일, 경남FC의 홈구장인 창원축구센터에서 같은 당 강기윤 후보(창원성산)의 지원유세를 펼쳐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빨간 점퍼 차림으로 등장한 황 대표는 관중과 악수하거나 기념촬영 했으며, 손가락 2개를 펴고 강 후보 지지도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은 경기장이 공직선거법상 연설금지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공직선거법 제80조는 선거운동 기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건물 또는 시설에서 연설·대담을 금지하지만, 공원·문화원·운동장·체육관·광장 또는 다수가 왕래하는 장소는 예외로 한다.
축구계 판단은 달랐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4월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경남FC가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며 제재금 2000만원 징계를 내렸다. 프로축구연맹 정관 제5조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다. 대한축구협회와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축구연맹(AFC) 정관도 같은 취지의 규정을 뒀다. K리그 대회요강도 경기장 내 정치적 언동·권유·연설·포교 등을 엄격히 금지한다.
상벌위는 선거 열기가 고조되는데도 경호인력 증원 등의 사전조치를 적절히 취하지 않아 구단이 유세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점을 지적하면서도, 규정 준수를 위해 노력한 점과 적극적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을 고려해 승점 감점이나 무관중 경기 대신 제재금 징계를 내렸다. 경남FC는 유세 일행을 30여분 만에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는 등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들어 프로축구연맹에 재심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축구장 밀고 온 정치에 불똥…경남FC “제재금 우리가 냈다”
결국 축구장 안으로 밀고 들어온 정치로 애꿎은 경남FC에만 불똥이 튄 셈이다. 한국당 경남도당은 제재금 모르쇠 논란에 ‘적절한 방법’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9일 울산현대와의 경기만 단체관람했을 뿐 여전히 제재금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경남FC 관계자는 22일 통화에서 “제재금 2000만원은 구단이 냈다”며 “자유한국당 경남도당과 계속 협의를 하는 중이지만 (제재금 지급 시기 등) 답변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징계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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