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정채용에 눈물까지 흘린 김성태…KT 이석채 회장 비서들 '중요도 최상' 평가

이석채 회장 비서들 김 의원 '중요도 최상의 요주의 인물' 평가 / "요주의. 전화 관련 시비 많이 거셨던 국회의원으로 KT 출신, 중요도 최상" / KT 인사담당 전무 "김성태 딸 채용은 이석채 '주요 관심사'"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오전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는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부정 채용이 이뤄진 2012년 당시 이석채 KT 회장의 비서들이 김 의원을 ’중요도 최상의 요주의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다는 내용의 문서가 법정에서 공개됐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 13부(신혁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KT 부정채용 사건의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당시 이 회장의 비서실이 관리하던 ’이석채 회장 지인 데이터베이스(DB)’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이 파일에는 김 의원에 대해 ”요주의. 전화 관련 시비 많이 거셨던 국회의원으로 KT 출신, 중요도 최상”이라는 설명이 달려 있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옥모(50) 전 KT 비서팀장(현 케이뱅크 경영기획본부장)은 이 파일을 두고 당시 비서실 구성원이었던 실장과 팀장, 여직원 2명 등이 이 전 회장의 지인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문서라고 증언했다.

이 파일에 담긴 명단은 11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재판에서는 극히 일부인 4∼5명만 공개됐다.

공개된 명단 가운데는 김 의원 외에도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의 장인인 손진곤 전 변호사, 허범도 전 국회의원, ’상도동 김기수 회장’ 등도 포함돼 있었다.

김 회장과 관련해 2011년에는 손자가 KT 서류전형에서 탈락했으나, 이듬해인 2012년에 외손녀인 허모씨가 부정 합격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김 회장의 구체적인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 전 회장이 김영삼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사실을 고려하면 같은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기수 전 비서실장인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2012년 상반기 부정 채용된 의혹을 받는 허 전 의원의 딸이 신입사원 연수 도중 동료와 불화를 겪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도 재판에서 공개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3일 오전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피켓을 든 채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된 메일을 보면 2012년 8월 당시 천모 KT 인재육성담당 상무가 인재경영실 상무에게 “허○○ 신입사원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져 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집에 다녀오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같은조 여자 신입 2명을 다른 조로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며 ”다른 동기들과 갈등도 있어 보인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는 KT 신입사원들이 강원 원주에서 합숙 교육을 받던 시기였다.

당시 천 상무는 또 “이 친구를 집에 보낸다면 소문이 나면서 갈등 관계가 증폭될 수 있다”고 비서실에 보고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허 의원의 딸은 인·적성과 면접 등의 결과가 불합격에서 합격으로 조작돼 당시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 KT 인사담당 전무 ”김성태 딸 채용은 이석채 ‘주요 관심사’”

앞서 지난 8일 공판기일에서는 김 의원 딸의 부정 채용이 이 전 회장의 ’주요 관심사안’이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또한 이 전 회장이 당시 부정 채용 당사자들의 합격 및 불합격 여부를 최종 결정했다는 증언도 제기됐다.

당시 증인으로 나선 김상효 전 KT 인재경영실장(전무·구속기소)은 “서유열 전 KT 사장(구속기소)이 김 의원의 딸을 공채에 태우라고 하기에 ‘곤란하다’고 했더니 ’회장님의 주요 관심사항’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부정 채용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 지난 4월30일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 이듬해 신입사원 공채를 통해 정규직이 됐다.

앞선 검찰 조사와 공판 증언 등을 종합하면 김 의원의 딸은 공채 서류접수가 끝난 지 약 한달이 지난 뒤에야 지원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

인적성 시험 결과도 불합격이었으나 합격으로 뒤바뀌어 최종 합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전무의 증언에 따르면 당시 서 사장은 “김 의원이 우리 회사를 위해 여러 포지티브(긍정적인)한 일을 하지 않았느냐”며 ”회장님도 관심 갖는 사안이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전무는 ”다른 회사를 포함해 34년간 인사 업무에만 종사했지만, 지원서도 접수하지 않은 채 이런 식으로 채용 중간에 부정 채용을 진행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전무는 또한 김 의원이 2012년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 채택을 무마하는 등 역할을 했다는 내부 보고서를 보고 ”이러한 여러 이유로 서 전 사장이 무리하게 김 의원 딸을 채용하라고 부탁했구나 하고 배경을 이해했다”고도 말했다.

김 전 전무는 아울러 이 회장이 1·2차 면접 불합격권 지원자들을 합격으로 바꾸는 부정 채용을 최종 결정했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전무는 “비서실에서 내려보낸 ‘관심 지원자’의 1·2차 면접 결과는 회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특히 성적이 불합격권인 관심 지원자는 ‘합격’, ‘불합격’ 칸을 비워서 회장에게 가져갔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은 불합격권 지원자들에 대한 인사 담당자들의 평가를 확인한 뒤 합격·불합격을 결정해줬다”며 ”이 회장이 체크한 대로 집행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 측은 지금까지 부정 채용 지시 의혹과 관련, 부하 직원들의 별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며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김 전 전무는 ”관심 지원자는 회장이 지시한 명단”이라며 ”그것을 단독 집행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경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