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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쏟아지는 의혹에도 해명·사과 대신 정책 발표 왜

입력 : 2019-08-20 18:53:08 수정 : 2019-08-20 23: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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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면전환 물타기 논란 / 누가 뭐라든 버티기로 일관 / 청문회 무력화 의도 담긴 듯 / “조현병 범죄자 국가가 치료 / 가정폭력 범죄도 엄정 대응” / 박상기 법무장관 정책과 비슷 / “논문이어 정책 표절” 비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온갖 의혹에 휩싸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국이 국민들께 드리는 다짐’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장차 자신이 장관으로 임명되면 추진할 안전분야 정책을 발표했다.

 

선출직이 아닌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도 열리기 전에 이러한 정책 구상부터 발표하고 나선 것은 조 후보자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봇물 터지듯 쏟아진 여러 의혹에 여론이 들끓고 있음에도 납득할 만한 해명과 사과를 건너뛴 채 장관 취임을 전제로 한 정책 발표부터 한 데 대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검증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물타기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에도 끝까지 버텨 제 갈길을 가겠다는 행보로, 청문회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야당 시각이다. 이날 발표된 정책의 상당 부분이 이미 추진 중인 사안이어서 이러한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조 후보자의 정책 발표 내용을 놓고 ‘논문 표절’ 논란에 이어 ‘정책 표절’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법조계에서는 장관 후보자가 마치 공약을 발표하듯 정책을 발표한 행보 자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어떤 장관 후보자가 마치 자기는 사실상 임명된 것처럼 정책 발표를 하느냐”고 꼬집었다.

 

정책 발표 내용에 대한 평가도 그다지 좋지 않다. 조 후보자가 이날 발표한 안전분야 정책은 아동성범죄자 전담보호관찰, 정신질환범죄자 치료 강화, 가정·데이트폭력 가해자 처벌 강화, 집회·시위 시 폭력행위 엄벌, 다중피해안전사고 수사지원체계 마련 등 5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같은 다중피해안전사고 발생 시 검찰과 경찰이 협력해 전문 수사팀을 꾸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구상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박상기 법무장관이 추진해 왔던 정책들을 참고한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후보자는 우선 이른바 ‘조현병 범죄’ 대책으로 “범죄를 반복하는 정신질환자를 국가가 적극 치료해 국민이 불시에 범죄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과 경남 진주 방화살인사건 등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이 잇따라 터져나와 국민 불안감이 커지자 내놓은 대책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지난 3월 법무부가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며 발표했던 내용이다. 당시 법무부는 “실형을 선고받은 주취·마약·정신질환자에게도 치료명령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가석방된 수형자에게도 치료명령을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건물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아동성범죄자 관리 강화 등 정책 비전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두고 법무부 내에서조차 조 후보자가 치료감호 실태의 열악함을 알고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치료감호 청구를 많이 해봤자 의사도 없는데 어떻게 치료를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또 “기본적으로 있어야 할 MRI(자기공명영상장치)나 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도 없어 제대로 된 치료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치료감호시설은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가 유일한데, 이곳에 근무 중인 의사 11명이 돌봐야 하는 환자가 1000명을 웃돈다. 게다가 의사 2명은 파트타임직이라고 한다.

 

가정폭력 및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 역시 판박이다. 이 내용은 지난해 11월 박 장관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과 유사하다. 당시 법무부는 “가정폭력 등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가해자를 현행범으로 즉시 체포하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명령을 어기면 징역형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토킹 범죄 역시 “범칙금 수준을 넘어 징역 또는 벌금으로 처벌할 것”이라며 가칭 ‘스토킹 처벌법’을 마련하겠다고 한 바 있다. 조 후보자가 구체적인 부분까지 이미 설계된 정책들을 사실상 ‘재탕’한 셈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조 후보자 측 청문회준비단 관계자는 “장관이 바뀌어도 정책의 연속성을 이어가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잘 살펴보면 발전된 내용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족이 관련된 의혹 제기도 검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책 검증도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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