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강릉아트센터에서 시작한 컴백 투어 콘서트를 진행 중입니다. 10월 31일에는 울산 현대예술관에서 콘서트를 이어갑니다. 연말에 콘서트를 한 번 더 할 거 같아요. 내년 초에는 신년 독창회를 하고, 중간에 기념식 등 국가 행사가 있으면 출연하겠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팝페라 테너 임형주(33)는 최근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국가 행사는 물론이고, 개인적인 콘서트까지 정신이 없다. 지난달 24일에는 네이버 V라이브로 스페셜 콘서트까지 진행했다. 하지만 그가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집중했던 것은 최근에 공개한 디지털 싱글 ‘어 뉴 로드’(A New Road)이다. 지난달 23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임형주를 만나 새앨범과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 뉴 로드’ 앨범은 10년 전부터 기획한 앨범”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이라는 시에 영감을 받았어요. 애국지사 선생님들이 걸어왔던 길, 쉽지 않았지만 걸어야 했던 길인 조국 독립과 광복의 길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100년의 새로운 길이란 의미도 담고 있죠.”
앨범은 지난달 15일 발표됐다. 지난 6월 대체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지 2개월 만이다. 임형주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데, 이 분위기에 편승하기 위해 급히 만든 앨범으로 알고 있는 분도 있다”며 “하지만 앨범은 10년 전부터 제작을 염두에 뒀던 프로젝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임시정부 수립 90주년 기념 음악회를 했던 것이 계기가 됐어요. 당시는 이명박 정부였는데, 정부는 물론이고 여론조차 임시정부 수립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자비를 들여 기념 음악회까지 열었던 거예요. 그리고 10년 뒤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꼭 100주년을 특별히 보낼 것이라고 스스로 다짐했죠.”
앨범에는 ‘독립군 애국가’ ‘사의 찬미’ ‘희망가’ 3곡이 포함됐다. 타이틀곡은 ‘사의 찬미’로, 임형주가 2015년 MBC ‘복명가왕’에 출연해 불렀던 곡이다.
“복명가왕 최종 라운드에서 ‘사의 찬미’를 불렀는데, 주변에서 음원으로 내달라는 요청이 많았어요. 그런데 바로 음원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이번 앨범에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정권도 바뀌고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국민적인 기념 사업으로 진행됐잖아요. 여러모로 운명이었죠.”
앨범에는 대중가요의 효시로 불리는 희망가, 임시정부 시절 불렸던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Auld Lang Syne)을 바탕으로 한 ‘독립군 애국가'가 실렸다. 임형주는 “희망가를 부를 때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각난다”며 “녹음할 때도 할머니들 생각에 감정이 격해졌고, 목이 메어 결국 노래 끝부분 음정이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조금 자유롭고 싶어…아이돌·록밴드와 작업 원해”
임형주는 스스로도 새로운 길을 걸어왔다. 그는 1998년 12살의 나이에 ‘위스퍼스 오브 호프’(Whispers of hope)를 발매하면서 데뷔했다. 2003년에는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팝페라 앨범 ‘셀리 가든’(Salley Garden)을 공개했다. 그해 2월에는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애국가를 독창했다. 17살의 소년이 턱시도가 아닌 목 폴라에 정장을 입은 채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은 한국을 넘어 미국의 CNN, 영국의 BBC, 일본의 NHK, 중국의 CCTV 등 해외 140여 개국 주요 방송사에서 다뤄졌다. 이어 6월에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세계 남성 성악가 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독창해를 가졌다.
“데뷔 당시만 해도 팝페라는 생소한 장르였어요. 제가 직접 아스팔트 깔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국내에서는 불모지였죠. 새로운 길을 개척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계획적으로 살았고, 모든 것을 손에 꼭 쥐고 있었죠. 그러다보니 이제는 손이 너무 아파요. 물 흘러가듯이 흐름에 맡겨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이런 소망과 달리 임형주의 자유로움은 오래가지 않을 듯 보인다. 내년 2월에는 로마시립예술대학교 석좌교수로 다시 교단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임형주는 잠시 쉬는 동안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까탈스럽고 고고할 줄 아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픈 마인드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돌 가수나 록밴드와 음악 작업을 하고 싶어요. 특히 잔나비, 예전에 행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저에게 팬이라고 해줬어요. 저도 잔나비 노래를 자주 듣습니다. ‘전설’이라는 노래가 좋더라고요. 그들과 함께 곡 작업을 하고 싶어요.“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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