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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속 2만㎞로 날아 상대 요격… 극초음속 무기개발 경쟁 ‘후끈’ [디펜스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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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07 19:41:59 수정 : 2019-09-07 20: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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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러 사활 건 추진 / 1차 걸프전서 美 MD체계 부각 / 러·中 등 중심, MD 뚫기 본격화 / 비행경로·목표 변경 궤적 예측 불가 / 러, 아방가르드 미사일 능력 입증 / 中, 싱쿵-2호 로켓 시험발사 성공 / 美, 신무기 개발·요격체계 개량 활발

지난달 8일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뇨녹사 훈련장. 갑자기 폭발음과 함께 검은 버섯구름이 하늘로 치솟았다. 땅이 흔들리고 하늘은 연기로 뒤덮였다. 사고 직후 러시아 국방부는 “액체연료 추진 엔진 시험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5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방 언론들은 사고 인근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평소의 16배까지 치솟았다는 점을 들어 러시아가 개발해온 SSC-X-9 핵추진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계를 돌파하려는 러시아의 비밀무기가 치명적인 사고로 드러난 셈이다.

러시아의 RS-24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차량들이 지난 5월 7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 열병식 리허설에 참가해 이동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MD를 뚫어라”, 러시아의 신무기들

‘칼과 방패의 대결’. 지구촌 미사일 경쟁 구도를 이보다 더 잘 요약할 수 있는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냉전 시절 강대국들은 적국의 대도시를 공격할 수 있는 핵탄두 탑재 탄도미사일 개발에 몰두했다. 하지만 1991년 1차 걸프전에서 미국의 MD체계가 부각되면서 러시아와 중국 등을 중심으로 MD를 뚫으려는 새로운 시도가 본격화됐다.

 

음속의 5배인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순항미사일 공격에 초점을 맞춘 미국 MD를 무력화할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ICBM은 마하 20(시속 2만448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지만 정해진 궤도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이다. 날아오는 ICBM 궤도를 미리 탐지해 계산하면 충분히 요격할 수 있다. 반면 극초음속 미사일은 낮은 고도에서 빠르게 비행하며 비행경로와 목표물을 변경해 궤적 예측을 어렵게 한다.

킨잘 미사일

러시아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정연설에서 공개한 아방가르드는 추진체에 실려 고도 100㎞까지 상승한 뒤 분리돼 표적을 향해 비행한다. 최대 속도가 마하 20에 달해 현재 기술로는 요격이 어렵다. 아방가르드는 지난해 12월 시험발사 당시 6000㎞를 날아가 대륙 횡단 능력을 입증했다. TU-160 폭격기 등에 탑재되는 킨잘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마하 10(시속 1만2240㎞) 이상의 속도로 3200여㎞를 비행할 수 있다.

2006년 실전배치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은 패트리엇(PAC-3)의 요격시도를 피하기 위한 기술이 대거 적용됐다. 포물선을 그리며 상승한 뒤 하강 단계에서 수평비행을 하다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을 하며, 정점고도도 50㎞에 불과할 정도로 낮게 설정해 지상에서의 탐지 및 요격 시도를 피할 수 있다.

 

세베로드빈스크 인근 뇨녹사 훈련장 폭발사고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SSC-X-9 핵추진 순항미사일은 탑재된 소형 원자로에서 발생한 뜨거운 열을 이용해 동력을 확보한다. 비행거리에 제한이 없어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ICBM보다 낮은 고도로 빠르게 비행해 탐지와 요격이 쉽지 않다. 하지만 비행 도중 지상에 방사성 입자를 뿌릴 가능성이 있어 방사능 오염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전력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에 뒤처질라”… 미·중도 개발 서둘러

 

중국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8월 중국은 극초음속 비행체 싱쿵(星空)-2호 로켓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중국산 극초음속 비행체는 3만m 고도에서 마하 5.5∼6(최대 시속 7344㎞)의 속도를 기록했다. 중국군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계획이다. 폭격기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탑재하면 중국 상하이에서 3000㎞ 떨어진 미국령 괌을 발사 수분 안에 타격할 수 있다.

싱쿵-2호 비행체

중국의 DF-21D 대함탄도미사일(ASBM)은 미 해군 핵추진항공모함을 겨냥한 무기다. 핵항모는 강력한 방공망을 갖춘 이지스함의 호위를 받는다. 이를 돌파하려면 마하 10 이상의 속도로 핵항모를 향해 수직 낙하하는 ASBM이 필요하다. DF-21D는 비행 마지막 단계에서 궤도를 바꿀 수 있어 정확도가 한층 높아진 무기다. 미 해군 항모가 1·2차 걸프전 당시처럼 연안에 접근하는 대신 먼바다에서 전투기와 무인공격기를 동원하는 원거리 공습 전략을 내세우는 것도 ASBM 때문이라는 평가다.

미국도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과 요격체계 개량을 추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장거리 극초음속무기(LRHW) 개발비 26억달러(약 3조300억원)를 의회에 요구했다. 미 육군은 지난달 7억달러(약 8467억원) 규모의 초음속 활공체 시제품 및 시스템 통합 개발 계약을 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업체와 체결했다.

미 미사일방어국(MDA)은 지난달 30일 레이더와 이동식 발사차량(TEL), 작전통제소를 서로 다른 지역에 배치한 뒤 원격 조종을 통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처음으로 시험했다. MDA는 주한미군의 요청으로 사드와 PAC-3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통합작업이 완료되면 사드 레이더가 포착한 적 미사일을 PAC-3로 격추할 수 있어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PAC-3의 탐지·요격 성공률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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