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의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권의 피의사실 공표 주장이 잇따라 사실관계와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철저한 수사를 공언하며 반격에 나섰다.
8일 대검찰청 관계자는 “여권의 주장에 대해 검찰 자체적으로 확인한 바로는 피의사실 유출과 관련한 어떠한 문제도 없다”며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그랬듯 원칙에 근거해 누구든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해 불법성이 있다면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가장 최근 불거진 피의사실 공표 논란은 위조 가능성이 제기된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이다. 지난 6일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 사진을 공개하며 “후보자는 공개하지 않았는데 검찰에 압수수색된 표창장이 저한테도 들어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검찰이 수사 자료를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박 의원이 공개한 사진은 컬러인 데 반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표창장 사진의 사본은 흑백으로 확인됐다. 그러자, 박 의원은 표창장 확보 경위에 대해 조 후보자 측도 검찰 측도 아니라고 해명에 나섰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 난 사안은 여권이 허위사실을 주장한 것이니 이에 대한 검찰 수사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을 조성해 (수사에) 압력을 주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에 임의제출한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이 찍힌 파일이 발견됐다는 한 방송사 보도 내용도 피의사실 공표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 교수는 방송사 보도 이후 본인은 PC 저장 자료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는 전제하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검찰 설명은 다르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방송사의) 보도 내용이 정확하지 않은 데다 검찰이 확인해준 내용이 절대 아닌데 마치 수사 관련 기사만 나오면 죄다 검찰이 흘렸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 후보자 딸 조씨의 부정입학 의혹의 핵심인 한영외고 생활기록부 유출과 관련해서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의혹이 제기됐지만 학교 관계자의 교육정보시스템 접속기록이 발견되면서 검찰에서 유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파일명이 조 후보자로 저장된 조씨의 단국대 제1저자 논문 초안 유출과 관련해서도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후보자 집 컴퓨터에서 나온 자료로, 수사기관 아니고는 절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의 압수수색 대상에 조 후보자의 집은 포함돼 있지도 않았다. 이 초안은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집무실에서 ‘노 원장이 문 대통령의 주치의 선정에 깊은 일역을 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건이 확보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서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을 흘렸다면 범죄”라는 입장을 냈다. 당시 문건은 압수수색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들이 병원 측 양해를 구하고 노 원장의 집무실을 촬영하던 중 컴퓨터에 있는 문서를 촬영해 확보했다고 해당 매체가 취재 경위를 공개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그런 주장을 계속하는 이유는 검찰을 ‘개혁저항세력’으로 규정하고 개혁세력 대 적폐검찰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與 ‘윤석열 흔들기’에도… 檢 “원칙대로 수사할 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뇌부를 향한 여권의 공개 비난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는 사실상 ‘인사 협박’으로 간주하는 시각이 팽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은 공개 대응을 자제한 채 “수사는 혐의점이 나오는 대로 수사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요즘 검찰이나 후보 검증 관련해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자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에서 했던 ‘이쯤 가면 막가자는 거죠’라는 말이 생각난다”며 “최근 (조 후보자 수사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하고 있는데 주로 언론에서 (윤석열 검찰) 총장님의 의사에 대한 주목을 많이 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가 아니라 제왕적 검찰총장인 것 같다”며 “(검찰이) 무슨 의도인지 밝혀지겠지만 검찰이 정상을 찾았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조국)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장관으로서 검찰을 개혁해야 하는 일이 있다고 본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당 금태섭 의원도 이날 “권력기관은 제대로 제어하지 않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넘어 계속 권한을 행사하려 든다”며 “검찰 특수부의 힘을 그대로 둔 채 검경 수사지휘권 조정만 하려는 현재의 수사권 조정안에 비판적 입장인 게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 의원은 또 “수사권·기소권을 독점한 권력기관이 마음대로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지금처럼 특수부 검사가 모든 지휘 보직을 차지하면 권력기관 속성상 권한 남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여권의 공개 불만 표출 대상이 윤석열 총장과 수사를 지휘하는 특수부에 집중되면서 사실상 검찰 수뇌부 및 수사를 진행 중인 특수부 검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성 성격을 띤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할 뿐”이라며 “법대로 수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건호·남혜정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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