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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칼럼] 역대급 불경기의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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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9-15 22:29:31 수정 : 2019-09-15 22:2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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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인사검증절차 사이 / 열가지도 넘는 경제지표 ‘최악’ / 韓경제 ‘일본식 장기불황’ 우려 / 시장·기업 활력 제고 노력 시급

엄청난 파동을 몰고 온 법무장관 인사검증절차가 끝나는 사이 책상 위에는 태풍 링링보다 더한 통계의 낙과가 벌어졌다. 5000만명의 국민이 초조하게 임명과 철회와 사퇴의 곡예를 지켜보는 동안 열 가지도 넘는 경제지표가 떨어지거나 시들거나 병들어 있었다.

먼저, 설비투자가 심하게 침체해 있다. 설비투자는 2018년 2분기부터 연속 5분기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연속 5분기 감소는 IMF 위기 때 연속 6분기 감소한 이래 최악의 실적이다. 2000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때나 2008년 금융위기 때의 4분기 연속 감소보다 더 길다. 한 분기만 더 감소하면 역대 최악을 넘어서는 데 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설투자는 상황이 더 어렵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민간소비 증가율도 현저히 쪼그라들고 있다. 2018년 1분기만 하더라도 3.6%나 증가하던 것이 올해 1, 2분기에는 1.9%와 2.0%로 떨어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더 떨어져 1%대로 추락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8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했다. 덩달아 수입도 2분기째 연속 감소하고 있다. 미·중 분쟁이나 한·일관계, 그리고 유럽 경기침체 등을 감안하면 미래는 더 어둡다.

산업생산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전산업 생산지수는 2018년 4분기 111.4에서 2019년 2분기 108.4로 3포인트 하락했다. 광공업은 109.9에서 106.2로 3.7포인트, 서비스업도 110.3에서 108.4로 1.9포인트 하락했으며 건설업은 125.6에서 119.2로 6.4포인트 추락했다. 공공행정부문도 115.3에서 110.5로 4.8포인트 하락했다. 그 결과 2019년 1, 2분기 제조업 가동률은 각각 71.8과 72.3으로 최근 몇 년 사이의 최저치다.

기업의 업황실적이나 업황전망도 그 어느 때보다도 침울하다. 전산업 세전수익률이 2017년 1분기 7.80%에서 2019년 1분기 5.80%로 떨어졌고, 전산업 영업이익률도 2017년 1분기 6.98%에서 2019년 1분기 5.25%로 가라앉았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9년 8월 전산업 업황실적지수는 69로 문재인정부 들어선 후 2년3개월 동안 최저치다.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도 마찬가지다. 업황지수뿐만 아니라 업황에 대한 전망지수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생산사정이 어려우니 고용사정도 나아질 것이 없다. 문재인정부 들어 2017년 6월부터 2019년 6월까지 2년 동안 총취업자는 34만9000명 증가했지만 60세 이상 고령자 취업을 제외하면 오히려 21만7000명이 감소해 직전 2년 동안 12만9000명 증가한 것에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지난 2년 동안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가 101만4000명이나 급증한 반면 평균 주당 근로시간도 2.4시간이나 감소했다.

가계소득은 지난 2년 사이에 434만7000원에서 470만4000원으로 8.2% 증가했으나 근로자가구는 같은 기간 470만8000원에서 529만6000원으로 12.5% 증가한 반면 근로자외가구는 371만9000원에서 382만5000원으로 2.9% 증가에 불과해 비대칭적으로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10.1% 증가하는 사이에 사업소득은 1.9% 증가에 그쳤고, 근로자외가구의 사업소득은 오히려 4.4% 감소했다. 게다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같은 비소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가처분소득은 지난 2년 동안 4.1% 증가에 그쳤고 근로자외가구 가처분소득은 0.1% 감소했다.

가계부채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2분기 가계신용은 1556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1893조원(2018)의 82%에 달한다. 자영업대출을 포함하면 1770조원으로 GDP의 약 94%다. 가계신용 증가율이 2016년 4분기 11.6%에서 2019년 2분기 4.3%로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명목 경제성장률보다는 현저히 높다.

이 모든 것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13개월 연속 하락에 함축돼 있다. 지난 30년 동안 동행지수가 연속 13개월 이상 연속으로 떨어진 적은 유럽 파운드 위기가 있었던 1992년부터 17개월 연속 하락과 IMF 위기 당시의 15개월 연속 하락밖에 없다. 민생지수 87.85 또한 역대 최저수준이다. 이만하면 역대급 불경기가 확실하다.

한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저성장·저물가의 고착화로 ‘일본식 장기불황’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장 활력을 되찾기 위해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제고하는 전방위적인 노력이 시급하다.

 

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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