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용의자 3차 조사서도 혐의 부인... 檢, 처제 살인 등 수사자료 경찰 인계

경찰, 57명 규모 수사본부 구성 / DNA 검출 안 된 6건 입증 과제 / 시효 만료 전 집 압수수색하고도 / 용의선상 올리지 않아 의문 증폭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A(56) 씨가 24년째 수감돼 있는 부산교도소 전경.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특정됐지만 사건 진실이 한 점 의문 없이 풀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반기수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57명 규모의 수사본부를 꾸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전담수사팀은 이날도 형사와 프로파일러 등 7명을 부산교도소로 보내 수감 중인 용의자 이모(56)씨를 상대로 3차 조사를 벌였다. 이모씨는 1차, 2차에 이어 3차 조사에서도 자신과 화성 연쇄살인 사건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완강히 부인했다.

10차례의 살인사건 중 이모씨의 DNA가 나온 3건, 모방범죄인 1건 외에 나머지 6건의 진범을 확인하는 게 무거운 과제다. 경찰이 손에 쥔 강력한 단서는 DNA 증거다. 이모씨의 DNA가 10차례의 연쇄살인 가운데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것과 일치했다. 다만 모방범죄인 8차 살인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을 이모씨가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

각 사건 발생 후 28∼33년이 흘렀기에 추가 단서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건 현장은 이미 아파트 단지 근처의 근린공원 등으로 바뀐 상태다. 증거물 분석과 별개로 경찰이 기댈 수단은 이모씨의 자백이다. 경찰이 사건 당시 범인의 혈액형을 줄곧 B형으로 특정했던 것과 이모씨의 혈액형이 서로 다르다는 점도 의구심을 키운다. ‘청주 처제 살인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사건의 수사기관은 그의 혈액형을 O형으로 특정했다.

경찰이 공소시효 만료 전 수사 당시 이모씨의 집을 압수수색하고도 그를 용의선상에 올리지 않았다는 점도 의문점이다. 1994년 청주서부경찰서는 처제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모씨를 체포, 경기 화성시 본가를 압수수색했으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수사본부와 청주경찰 사이에서 신병 인도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A씨(오른쪽)가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인한 혐의로 검거돼 옷을 뒤집어쓴 채 경찰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편 청주지검은 이날 1994년 일어난 이모씨의 처제 살인사건 기록 일부를 문서 창고에서 발견, 경기남부경찰청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송은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