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를 옹호하는 성명이 학교 내에서 잇따라 나왔다.
26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이 학교 보수성향 모임으로 알려진 ‘연세대 트루스포럼’은 전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교수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다소 반어법적인 류 교수 옹호 성명을 냈다. 모임은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은 북한주민의 해방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 정체성 회복을 위한 연세대 재학생, 졸업생, 휴학생, 교직원 모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자기를 사회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이도 류 교수 연구실 문에 정치적 파면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학교 비판 성명을 붙였다.
◆“교수님, 왜 반일을…‘진실’도 좋지만 말조심 하십시오”
트루스포럼은 성명에서 “교수님, 왜 그러셨습니까? 왜 반일을 거스르셨습니까?”라며 “어찌 이 자유 대한민국에서 학문의 자유가 모든 사안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어 “어떤 주제는 잘못 건드리면 ‘약자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매장될 수 있다는 걸 정말 모르셨습니까?”라며 “어제 나타난 그 멱살잡이 어르신(인터넷매체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 같은 ‘의인들’이 홍위병처럼 일어날 수 있는 것을 모르셨습니까?”라고 덧붙였다.
모임은 “많은 동료 교수들이 교수님께 싸늘한 시선을 던지더라도 상처받지 마십시오”라면서 “허락 없이 (교수님의 강의를) 녹취하여 (언론사 등에) 파일을 넘기는 것도 잘못이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표현의 자유를 마구 누린 것도 무모했다”고 했다.
누구라도 ‘주류’를 등에 업으면 슈퍼 갑(甲)이 된다며 사회를 비판한 이들은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교수님께서) 마음껏 소신을 펼치실 수 있다면 오히려 부럽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살기 위해 입을 틀어막아야 하는지 아십니까?”라며 “모자를 눌러 쓰고 대자보를 붙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진실’도 좋지만 눈치껏 제발 말조심 좀 하시죠”라며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입니다”라고 류 교수를 향한 신뢰를 거듭 보냈다.
◆“학자 보복에 앞장서는 것은 비겁하다”…학교 비판 성명도
자신을 사회학과 학생으로 밝힌 이도 26일 류 교수 연구실 문에 붙인 성명에서 “‘근현대사’라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들어보고 논할 수 있는 이 수업은 소중하다”며 “다양성이 보장되는 대학이라는 환경 덕분에 학생들은 수업에서 교수가 던지는 여러 의제를 자유롭게 비판하고 검증하며 토론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하지만 누군가 이 약속을 저버리고 외부인들을 끌어들여 학문의 영역을 정쟁화시켰다”며 “언론과 정치권의 외압으로 인해 토론의 장도 폐쇄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대학이라면 다수설과 반대되는 학문적 견해도 인신공격성 말살에서 지키는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나”며 “이러한 권리와 의무를 저버린 채 외부 권력기관과 다수의 힘에 기대 소수의 담론을 설파하는 학자를 보복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비겁하다”고 류 교수를 전공수업에서 배제한 학교를 비판했다.
◆류석춘 “나는 사과할 일이 없다”
한편, 류 교수는 지난 24일 학보사 ‘연세춘추’ 인터뷰에서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는데 나는 사과할 일이 없다”며 “학교에서는 학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볼래요?’라는 말이 나온 맥락을 살펴보면 지금 매춘산업이 어떤지 학생들이 조사하라는 의미였다”며 “학생들에게 사과하라는 요구를 검토는 해보겠지만, (애초) 그런 의도도 아니었고 하지도 않은 일을 사과하면 정말 억울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큰 갈등 없이 34년간 학생들과 강의를 해왔다고 밝힌 류 교수는 이번에는 희한하게 일이 꼬였다면서, 자신의 파면을 요구하는 총학생회와 동문회, 외부단체 목소리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교수로서 한 행동을 정치인으로서 평가하지 말아줬으면 한다”며 “특정 사안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것을 외부에서 정치적으로 보는 것 같고, 자기와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척결하려는 것은 지나치다”고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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