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충북 청주에서도 3건의 연쇄 살인을 저지른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이씨가 자백한 화성 사건 외 살인 사건 4건 중 2건이 청주에서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처제 성폭행·살해 사건을 포함하면 총 3건이 된다. 이들 사건은 피해자들이 목이 졸려 숨지는 등 화성 사건과 유사한 특성을 보였고, 시기적·지리적으로도 이씨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그동안 모방범죄로 알려진 화성 사건의 제8차 사건을 비롯,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모두 14건의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이 가운데 화성 사건 10건을 제외한 4건의 발생지는 청주와 경기 수원이라고 한다. 각각 2건씩으로 추정된다. 청주에서 벌어진 살인 2건은 1991년 1월과 1992년 6월에 연달아 터진 부녀자 피살 사건으로 확인됐다. 처제 사건은 1994년 1월 발생했다.
이씨는 1991년 1월27일 청주 가경동의 한 택지조성공사 현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방적공장 직원 박모(당시 17세)양이 속옷으로 입이 틀어막히고 양손을 뒤로 묶인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된 ‘청주 가경동 여공 살인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박양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려 숨진 것이란 소견을 내놨다. 경찰은 3개월 간의 수사 끝에 유력한 용의자로 박모(19)군을 체포했지만, 법원이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청주에서 발생한 또 다른 미제 살인 사건은 1992년 6월24일 청주 복대동의 한 상가주택에서 가정주부 이모(당시 28세)씨가 하의가 벗겨지고 전화줄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이 사건 현장에서 나갔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진행했지만 끝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두 사건 모두 현장 지리에 익숙한 사람의 소행일 것이라 추정했다. 포크레인 기사로 일한 이씨는 1991년 전후에 화성과 청주 공사 현장을 오가며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건은 또 이씨의 신혼집 인근인 청주 서부권(현 흥덕구)에서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화성 사건이 1986년부터 1991년까지 이씨의 거주지 인근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진 것과 유사하다. 이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하고 있다. 경찰은 이씨가 화성 사건 외 여죄를 자백함에 따라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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