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유세에서 “나는 미국의 대통령이지 전 세계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전임 행정부들은 ‘부자나라’들을 방어하는 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고 지적했다.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한미군 등 방위비 대폭 증액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근처 선라이즈에서 열린 유세에서 “내가 당선되기 전에 우리의 지도자들은 위대한 미국의 중산층을 그들의 망상적인 글로벌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기 위한 돼지저금통으로 썼다”며 “그것은 전 세계에 걸쳐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을 향해 “그들은 외국의 경제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의 제조업을 크게 훼손했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군을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들을 방어하는 데 썼다. 여러분의 돈으로 복지국가들에 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들은 중동 지역에서 전쟁에 수조달러를 썼다”며 “그런데 여러분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있다. 우리는 승리해 그들(장병들)을 철수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루이지애나주 보시어시티 유세 때에도 유사한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무역 합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방금 일본과 합의를 마쳤다. 우리는 방금 한국과 합의를 마쳤다”며 ‘공정하고 좋은 합의’로 바꿨다고 자화자찬했다.
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4차 회의가 다음 달 초 미국에서 개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국방부가 2020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산정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44억6420만달러(약 5조256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SMA에서 한국이 부담할 내년도 분담금으로 올해(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달러가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가 산정한 주둔 비용과 비교하면 주한미군 주둔 비용보다 많은 금액을 한국 측에 부담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난데없이 50억달러를 제시했고 미 당국자들이 이를 47억달러로 낮추도록 설득한 뒤 금액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느라 분주했다”고 지난 14일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방위비 분담금 등의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면서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일부 지적을 일축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한국과 미국은 법치, 자주권 존중, 인권,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에 기반을 둔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대해 비슷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면서 동맹관계는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과 중국이 지난주 국방장관 회담에서 국방교류 협력을 약속한 것과 관련해 한·미 안보동맹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개의치 않는다’고 밝히고, “미국과 우리의 조약상의 동맹인 한국과의 강력한 안보관계는 한국이 역내 다른 나라들과 군사 직통전화를 설치하는 것을 막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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