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인구가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 성장 잠재력이 노동인구 감소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최근 발간한 ‘세계 무역 보고서(World Trade Report) 2019’에 따르면 2040년의 한국 인구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노동인구는 1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에서 노동인구가 평균 17% 늘어나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한국의 노동인구 감소 폭은 주요 국가·지역 중 가장 컸다. 중국과 일본이 같은 기간 각각 14% 줄어 그다음이었고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은 8%,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국 중에서는 인도가 23% 증가하면서 최고 증가율이었다. 미국도 1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지역별로는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남쪽 개발도상국(LDC) 진영에서 노동인구가 7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고등학교 교육 수준 미만 비숙련 노동인구 감소율도 51%에 달했다. 이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감소율이다.
다만 숙련 노동인구는 2040년까지 2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일본과 러시아의 14%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인도(106%)와 중국(65%), EU(37%), 미국(35%) 등 대부분 국가나 지역보다는 낮다.
노동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성장세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40년까지의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2040년까지 65% 증가하는 데 그치면서 전 세계 평균(80%)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19%)과 EU(45%), 미국(47%)과 같은 주요 선진국보다는 높지만, 인도(226%)와 중국(141%) 등 신흥개발국에는 못 미친다. 보고서는 “일부 국가·지역에서는 고령화가 인구·고용 증가율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EU와 한국의 경우 전체 인구는 줄어들지 않겠지만 연령 구조의 변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보고서에서도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 추이 및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국의 생산연령인구(15∼64세)가 2018년 3765만명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입법조사처는 “생산연령인구(노동인구)의 감소는 장기적으로 노동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잠재성장률도 지속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며 “인구 속성상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시간 경과에 따라 가속화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노동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및 고령자에 대한 취업교육 및 알선, 적합한 직무 발굴 등의 대비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노동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정부 세수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정부지출 구조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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