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6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4+1 협의체’의 선거법 개정안 협상이 진통을 겪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 선거법 원안 상정을 예고한 데 대해 “이것은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에 대한 협박”이라고 일갈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가진 상무위원회에서 “민주당은 한국당과의 협상 카드를 흘리는 한편 4+1 협상이 뜻대로 안되면 원안을 상정해서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늘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지만 정의당은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원내 개혁 공조 세력은 사법개혁과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두 바퀴를 힘차게 굴려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심 대표는 “그러나 민주당은 개혁을 거부하는 한국당과의 합의를 의식해 수시로 브레이크를 밟다가 결국 4+1 테이블에 개혁의 원칙이 크게 훼손된 안을 들이밀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애초 비례대표 100석을 건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안에서 대폭 후퇴해 75석에 연동률도 50%로 낮춘 선거법 개정안을 성안했다”며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60석으로 낮추었다가 또 50석으로 또 줄였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그런데 이제는 (비례대표 50석 중에서) 연동의석 30석으로 캡(상한선)을 씌운다는 안을 내놓고 합의를 강요하고 있다”며 “여기서 개혁 열차는 운행을 멈추고 말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일각에서) 정의당이 비례대표 의석 몇 석 더 얻기 위해 합의를 거부한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기득권 양당이 소수 정당에 끊임없이 양보를 요구해 온 것이 그동안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힘을 앞세운 거대 양당의 기득권 논리가 소수 정당의 진심과 개혁의 원칙을 집어삼키고 있다”며 “소수당으로서 지금 이 모든 상황을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다. 정의당이 힘이 부족한 것에 대해 국민께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개혁이 성과를 거두게 될 것인지, 아니면 또 기득권 앞에 좌초될 것인지는 오직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손에 달려 있다”며 “마지막으로 말씀드린다. 민주당은 한국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개혁을 시작했던 바로 그 자리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협상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신경전을 이어갔다.
전날 민주당이 정의당의 ‘과도한 요구’를 문제 삼으며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상 중단을 선언한 뒤 양측 사이에 감정싸움 양상 마저 불거지고 있다.
특히 석패율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 당이 성숙한 의견을 많이 수용하며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아직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은 상호 간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 아직 합의를 못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원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시 협상을 시작하겠다”며 “4+1 협의체를 재가동하기 위한 원내대표급 회동이 가능한지 다시 타진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석패율제와 관련, “저희 당으로선 중진들 재선 보장용 석패율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정의당에서 석패율제에 대한 포기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