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9일 ‘4+1(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의 선거법 협상이 석패율제를 놓고 난관에 봉착하자 민생입법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선거법보다 합의가 가능한 민생법안과 어느 정도 접점을 찾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을 먼저 처리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야당은 민주당의 제안을 일축하고 선거법부터 처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어 연말까지 냉기류가 흐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부터 먼저 처리하자.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차례차례 처리하자”며 4+1 야당에 민생법안 및 검찰개혁 법안의 선처리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아무 조건을 달지 말고 산적한 민생경제 법안 처리만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과 4개 예산부수법안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의결했지만 22개의 예산부수법안은 아직까지도 처리하지 않았다”며 “국회를 향해 간절히 부탁드린다. 예산부수법안과 민생·경제 법안을 빨리 처리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권이 민생 및 검찰개혁 법안의 선처리를 주장하는 건 석패율제를 두고 4+1협의체의 선거법 논의가 난기류에 빠져들면서 예산부수법안 처리,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현안마저 늦춰질 우려 때문이다. 아울러 선거법을 놓고 4+1 협의가 당리당략에 매몰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당내에선 여당 단독으로 개혁입법 및 인사청문 정국을 돌파하기 불가능한 만큼 최소 수준에서 석패율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솔솔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석패율제 도입 재고 요청’ 방침을 정했지만, 군소 야당과 석패율제를 3석 정도 선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석패율제 재고 요청이 반드시 철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것만은 아니지만 다 포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4+1 협의체의 야당들은 이날 민주당의 검찰개혁법 우선 처리 제안을 일축하며 선거법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웃기는 얘기들 하지 말라”며 민주당의 제안을 일축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상무위원회의에서 “개혁 좌초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내린 대승적 결정에 민주당이 당의 이익만 앞세우면 국민은 민주당의 선거개혁, 검찰개혁 의지를 의심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선거법 협상에 홀로 빠져 있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이날 의총에서 “누더기를 넘은 걸레”라고 4+1협의체를 싸잡아 비판한 뒤 원포인트 본회의 개의를 위해선 “예산안 날치기 처리에 대해 분명한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심 원내대표는 “만약 민주당과 좌파연합세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인다면 우리는 비례한국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위성정당 카드’를 공식화했다. 당 실무진에서도 위성 정당의 이름을 7∼8개 준비하는 등 비례한국당을 만들 실무 절차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비롯해 4+1협의체는 한국당의 비례한국당 구상을 일제히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거법 협상에는 임하지 않고 국민적 비판을 모면하려 하면서 뒷구멍으로는 자당의 이익 극대화를 꾀하는 후안무치한 권모술수”라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임재훈 사무총장도 “민주주의와 헌정을 유린하는 폭거적 발언”이라며 심 원내대표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이귀전·장혜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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